올 금융권 최대 위협요소인 저축은행 부실문제에 은행권이 해결사로 투입된다. 각 시중은행들이 부실을 앓고 있는 저축은행들을 인수하기로 한 것. 금융당국도 은행과의 사전 조율을 마친 방침임을 강력히 시사해 제2금융권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연내에 저축은행 1~2곳 이상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산업 전체를 볼 때 저축은행이 불안하면 1금융권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그룹 규모에 맞춰 1,2개 이상 저축은행을 인수해 잘 지원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역시 “저축은행 PF 부실을 해결하려면 금융시스템 안정 차원에서 거대 금융그룹도 동참해야 한다”고 동참의지를 밝혔고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 행장은 “저축은행 안정화를 위해 KB금융지주 차원에서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인수 주체나 갯수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KB금융은 이와 관련,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최근 금융시장 안정에 주요 과제로 대두된 저축은행 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주요 은행그룹 CEO들이 일제히 저축은행 진출방침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은 이날 인사회에 앞서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은 나름대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고 기본 해결방향은 이미 결심이 서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인사회 후 우리금융의 저축은행 인수방침을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표했다.
이는 ‘대책반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김 위원장이 취임 후 첫 과제로 저축은행 문제 해결을 잡고 이미 주요 은행들과 협의를 마쳤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저축은행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금융권 인사들도 이 문제에 당국과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그 동안 저축은행 진출과 관련, “기본적인 리스크가 크고 고금리 대출에 대한 평판 악화의 위험도 높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김 위원장은 또 “금융시장 안정과 발전이라는 두 축 가운데 안정 측면에서 몇 가지 과제는 빠른 시간 내 시행될 것”이라고 말해 저축은행 외에도 금융위가 주요 과제로 천명한 가계부채 증가 해결에도 조만간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자본시장통합법도 제정 후 2년이 지나는 동안 시장상황과 경제여건이 많이 변해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금융사는 어느 분야보다 확고한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수반돼야 한다”며 “시장의 실패가 우려되면 정부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