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사이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수순이나 전제조건을 놓고 이견은 없다."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5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연쇄 회동 결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을 제일 잘 아는 당사자가 한국이라는 점을 미국도 인정했다"며 "대화는 열려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드러날 때 비로소 6자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이 재가동되려면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하며 6자회담보다 남북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공통 기조를 양국이 재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타진하기 위해 먼저 남북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및 재도발 방지 약속 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도발을 할 경우 6자회담이나 남북대화 추진 등이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6자회담 재개 여부는 99%가 북한의 손에 달려 있고 1% 정도를 놓고 나머지 나라들이 노력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외교가의 관심은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미국의 인식에도 모아졌다. 미국은 UEP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플라토늄 핵무기보다 은밀하게 생산할 수 있고 다른 국가로 확산하기 쉬운 UEP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한 만큼 UEP 해결에 적극 개입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고려해 한국의 입장에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앞으로 남북대화의 진전 여부를 지켜본 뒤 북한과의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4일 "미국은 단순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원하지 않는다"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포함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들을 보기 원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는 보즈워스 대표가 4일 인천공항 입국 직후 "적절한 이른 시기에 진지한 협상들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게 미국이 대화 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자 이를 바로잡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19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미국ㆍ중국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놓고 극적인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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