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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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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싫어”

입력
2011.01.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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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월 된 우리 아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시여(싫어)!"다. 싫다고 고집부릴 땐 표정도 참 역동적이다. 일단 입을 앙다물고 입술을 쭉 내밀며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래도 자기가 바라는 대로 내가 해주지 않을 성 싶으면 어금니를 살짝 물고 씩씩거리며 엄마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한참 어르고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와 마주 앉아 똑바로 쳐다보며 기다린다. 본격적으로 기 싸움을 벌일 태세다. 머릿속으로 참을 '인'자를 수십 개 그려가며.

기분 상한 아이가 어디서 봤는지 어른처럼 미간까지 찌푸린다. 콧잔등에도 따라서 조그맣게 잔주름이 내려앉는다. 그 잔주름이 귀여워 살짝 마음이 흔들리는 걸 다잡고 있다 보면 어느새 아이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여유가 있거나 컨디션이 괜찮을 때야 자리 잡고 앉아 아이와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지만 바쁘거나 너무 피곤할 땐 아이의 "시여" 소리가 참 밉고 귀찮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싫긴 뭐가 싫어, 엄마 말 들어!"라고 버럭 소리지르곤 돌아서서 미안해한다. 싫어 소리가 유난히 잦은 날엔 얘가 이러다 혹시 비뚤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싫다는 말은 자기 주관의 첫 표현이다. '싫어', '안 돼', '안 해' 이렇게 자기의사를 표현하면서 점차 자기 정체성이 길러진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아의 자아 개념은 두 살이 되면서 나타나 서너 살 때 가장 커진다"며 "그 시기에 싫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건 자신을 능동적으로 드러내려는 정상적인 발달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행동이 지나쳐 습관이 되면 반항적이거나 고집 센 성격으로 굳어질 수 있다. 부모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것과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을 일관적이고 분명히 변별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이가 싫다 하면 가끔은 통 크게 들어주기도 하란다. 싫다는 표현을 막기만 하면 자기 주장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아이로 자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책 <마인드 바이러스> 는 세상에 각종 표현수단이 늘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을 더 조종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해지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마치 바이러스처럼 쉽게 감염된다는 말이다. 어떤 게 다른 사람의 주장인지, 진짜 내 의견은 뭔지 헷갈릴 정도로. 마인드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면역력을 길러야겠구나 싶다.

엄마 식대로 만든 이유식을 받아만 먹고, 엄마 식대로 고른 옷을 받아만 입던 아이가 이젠 이 반찬은 싫고, 이 옷은 안 입겠다 얘기한다. 마인드 바이러스 면역력은 어쩌면 싫다는 아이에게 "왜"라고 물어보는 데서부터 길러질지도 모르겠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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