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가장 큰 소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건강을 꼽는다. 하지만 가슴 속의 진짜 소망을 물으면 부자가 되는 것이라는 대답이 적지 않다. 투자 강의에서 가장 흔한 질문도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이다. 안타깝게도 평범한 사람이 부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부자가 되기는 어렵지만, 약간 부족한 듯한 재산을 마음의 평화로 채우는 '행복한 부자'로 살 수는 있다.
막연히 돈을 좇아 다니지 말고, 자신의 삶에 충실한 주인이 되는 것이 '행복한 부자'의 마음가짐이다. 먼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희생해서도 안되고, 미래를 계획하지 않고 흥청망청 현재를 즐기기만 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삶의 균형을 잡아가다 보면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저축가능 금액을 산출할 수 있다. '행복한 부자'의 출발점은 역시 저축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자산운용이나 투자자문 현장에서 만난 부자들 대부분은 알뜰하게 저축하는 데서 시작한 사람들이다. 어느 정도 저축이 늘어야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도 할 수 있다. 저축에 투자를 덧붙여야 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좀도둑이 저축자산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절에는 확정금리 상품으로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없다.
다만 투자에 손대기 전에 위험부담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대개 투자에 따른 위험은 무시하고 높은 수익 전망에만 눈을 빼앗긴다. 투자 위험을 파악한 후 제거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기 투자다. 투자는 위험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치고 빠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단기투자 경험자 가운데 치고 빠지기 달인을 자처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는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긴 안목의 장기 투자는 투자 세계에서 승리자로 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장기 투자도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종목 선택이 그릇될 경우 발생하는 기회비용 때문이다. 투자손실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게 시간이다. 바둑을 복기하듯 인생을 복기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특정 종목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말에 귀 기울일 필요도 없다. 그들이 혼자 가슴 속에 쓰라린 실패 경험을 숨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족집게처럼 종목을 찍어낼 수 있다고 떠드는 자칭 고수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정말 고수라면 주식시장을 맴돌 이유가 없다. 다만 투자 의견을 나눌 멘토는 필요하다. 투자 철학이 뚜렷하고, 투자 원칙을 세워 정확히 실천하며, 오래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우리는 이 모두를 알고 있다.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바빠서다.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 무리를 하고, 몇 번 투자에 실패하다 보니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간다. 위험이 큰 투자 방법을 선호하고, 족집게 고수의 말에 솔깃해진다. 그러나 부자들, 특히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결코 무리하지 않았다. 감당할 수 있는 위험수준에서 합당한 수익을 장기적으로 추구했을 뿐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특별히 부자를 꿈꾸지 않았기에 언제 부자가 되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해가 바뀌면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듯,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걸음씩 차분하게 걸어가야 한다. 그것이 '행복한 부자'가 되는 길이다.
조성연 한국재무설계 투자자문센터장·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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