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첨단 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1> 유전성 유방암-암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대비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첨단 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1> 유전성 유방암-암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대비한다

입력
2011.01.05 12:02
0 0

김모(37ㆍ여)씨는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받고 부랴부랴 삼성암센터 유방센터를 찾았다. 일곱 자매 가운데 여동생과 언니가 30대와 40대에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투병한 적이 있어 가슴이 철렁했다. 담당의는 검사 결과 유방암은 아니지만 유방에 0.7㎝의 결절이 보이고 가족력이 있으니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며 유전자클리닉에서 유전자 검사를 권했다. 그 결과 BRCA2라는 유방암 유전자 이상이 확인됐다. 이 유전자 이상이 있으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김씨는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지만 유두와 유륜, 피부 등 ‘겉’은 모두 보존하면서 ‘속’만 잘라내는 피부보전 유방전(全)절제술을 받았다. 김씨는 수술을 받으면서 시행한 최종 조직검사에서 그 전에 알지 못했던 0.5㎝크기의 유관상피내암까지 알아냈다.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은 셈이었다. 이정언 삼성서울병원 유방센터 외과 교수에게 유전자 검사가 왜 필요한지 들어보았다.

-유전성 암이란 무엇인가?

“유전성 암은 특정 유전자 이상 때문에 주로 생기는 암이다. 대표적인 유전성 암으로는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과 가족성 대장암이 있다. 이 밖에 갑상선암을 포함한 내분비종양증후군, 유전성 위암,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 리 프라우메니 증후군, 신경섬유종, 망막아세포종, 퓨츠예거 증후군, 췌장암 일부도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전성 암은 암 종류에 따라 유전자 이상이 다르고, 발병 연령이나 진단ㆍ예방법도 다르다.”

- 유전자 이상에 의해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은 얼마나 되나?

“유방암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여성 암으로, 국내에서도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5% 정도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종양 억제 유전자인 BRCA1과 BRCA2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암이 발병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두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는 유방암이 전체 유전성 유방암 가운데 80%를 차지한다. BRCA1ㆍBRCA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률이 눈에 띄게 높다. 평생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은 50~90%이고,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은 BRCA1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겼다면 60%, BRCA2 유전자 돌연변이이 생긴 경우엔 30% 정도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 유방암 중 유전성 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유방암학회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36개 병원에서 2,300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0명 정도가 유전성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40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린 여성의 8% 정도가 유전성 유방암이고, 가족력이 있다면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여전히 보험 적용하는 유전자 검사 나이를 35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보험 적용 연령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염색체로 유전되는 BRCA 유전자는 부계와 모계를 막론하고 유전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모계 쪽으로 유방암이나 난소암 가족력이 있을 때에만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부계 쪽 가족력에는 보험 혜택을 주지 않고 있는데, 매우 불합리한 처사다.”

-어떤 사람이 유전성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가?

“가족 중에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있는 사람, 동시 또는 시차를 두고 양쪽 유방에 모두 암이 생긴 환자는 유전자 이상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발병한 경우, 유방암과 다른 암이 함께 걸렸어도 유전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유전성 유방암의 치료는?

“유전성 유방암의 치료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김씨처럼 예방 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는 것이다. 유방절제술로는 전통적인 절개법을 이용한 유방전절제술에서 유두와 유륜, 피부를 모두 지키면서 유방을 재건하는 피부보존-유방전절제술까지 다양하다. 이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방전절제술로, 유방 조직의 90~95% 정도를 미리 잘라냄으로써 유방암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유전성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면 난소암에 노출될 가능성도 덩달아 높으므로, 40세 이후에 난소와 난관을 미리 잘라내기도 한다. 예방적 유방수술법은 유방암 발병 위험을 거의 100%까지 막고, 예방적 난소절제술을 시행하면 난소암을 97~98% 막을 수 있다. 폐경 전 여성이 난소절제술을 받으면 여성호르몬이 유방을 자극하는 것을 막아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 서구에서는 실제로 BRCA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 중 20~40%가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고, 50% 정도가 예방적 난소절제술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유방센터에서 처음으로 ?수술을 시행했다. 두 번째로는 타목시펜 등의 약을 복용해 암 발생을 낮추는 화학적 예방요법이다. 마지막으로 6개월 간격으로 진찰과 검사를 병행하는 방법이 있다. 암 발생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면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20세가 넘으면 매달 한 번씩 자가검진을 해야 한다. 폐경 전 여성은 생리가 끝나는 날 즈음에, 폐경 후 여성은 매달 1일에 유방을 만져 보고, 자신의 유방에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되면 유방암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35세 이후부터는 2년에 한 번씩, 40세 이후에는 매년 유방암전문의에게 검진을 받고, 유방촬영술과 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