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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세상을 바꾼다] <4> 소통인가, 불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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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세상을 바꾼다] <4> 소통인가, 불통인가

입력
2011.01.0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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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로그인' 가장해 개인정보 빼내…'스마트폰 앱' 성매매 이용도

#신상털기: 트윗버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주변 트위터를 검색, 한 여성의 사진을 보고 트위터 아이디를 알아냈다. 신상털기 전용사이트 '코글'에 여성의 아이디를 입력하자 이제껏 쓴 글과 사진이 수천 건 검색됐다. 이를 통해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사는 26세 직장인으로 취미는 여행과 사진 찍기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자는 트위터 초보이지만 모든 과정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트위터 사기: 지난해 7월 한 피자업체가 트위터 팔로어 100명당 1,000원씩 최대 2만원까지 가격을 깎아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예컨대 팔로어가 1,000명이면 무조건 1만원이 할인된다. 이를 악용한 한 트위터러는 우유와 과자 교환쿠폰을 준다며 며칠 만에 팔로어 수천명을 모아 피자가격을 할인 받은 뒤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했다. 사기피해 트위터러들은 "마케팅이라 여겼는데 당했다. 먹튀(먹고 튀다)지만 천재"라고 혀를 내둘렀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정보를 신속히 전파하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운송혁명을 이룬 자동차가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 부작용을 가져왔듯 SNS도 이제 양날의 검으로 일컬어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따르면 6일 현재 4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150만여명의 주소 사진 등 개인정보가 1인당 25센트에 거래됐고, 매일 400만여명이 크고 작은 사기를 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을 사칭해 팔로어를 모으는 정도의 속임수는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개인정보가 소리 없이 빠져나간다

최근 가장 기승을 부리는 건 트위터 로그인 페이지를 가장해 사용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빼내가기. 트위터 메시지를 확인하라는 이메일이나 문자를 보낸 후 트위터 로그인 페이지와 유사한 화면으로 접속하게 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입력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메일을 보낸 사람에게 그대로 전송된다. 대부분 이용자가 트위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포털 사이트의 메일 계정 등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메일에 담긴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사적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하므로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신상털기' 사이트도 다양해졌다. 2, 3년 전만 해도 구글이 유일했지만 현재 코글, 다음의 소셜웹 등이 신상털기에 주로 이용된다. 특히 코글은 특정인의 아이디만 알면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10여개 사이트에 남긴 글과 사진을 모조리 검색할 수 있다.

사이버 포주로 변한 스마트폰 앱

1km, 후즈히어(Who's here) 등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성매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앱은 이용자를 중심으로 이성의 사진, 나이 등을 보여주면서 거리까지 표시해준다. 이를 이용해 일부 여성들은 성매매에 나섰다.

본보 취재결과 23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1km 앱의 경우 주변에 있는 이성을 90명까지 보여주는데, 이중 비키니나 속옷만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린 여성은 8명, 성매매를 한다고 밝힌 여성은 2명이었다. '차도녀' 아이디를 쓰는 23세 여성은 "50만원을 주면 하루 성적 노예가 되겠다"고 했고, '근육원츄'(24)는 "1시간에 20만원"이라고 가격을 제시했다.

경찰은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메시지를 통해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서 단속하기 어렵다"며 "음란한 사진을 올리는 등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아 앱 자체를 문제 삼기도 힘들다"고 했다.

SNS가 돈도, 집도 털어간다

아직 국내에는 보고된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명의를 사칭해 지인들에게 금품을 갈취하는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시애틀에 사는 20대 남성의 페이스북 계정을 해킹한 범죄자는 이 남성의 친구들에게 '강도에게 잡혀 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 2,000여 달러를 송금 받은 뒤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전화나 이메일 등 다른 형태의 명의도용 사기와 달리 SNS를 통한 사기는 추적이 어렵다"고 수사에 난색을 표했다.

심지어 SNS는 빈집을 노리는 범죄자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영국의 한 보험사가 범죄경력이 있는 50명을 조사한 결과, 68%가 범행 전 목표로 하는 집 주인의 일상생활 정보를 수집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12%는 정보수집을 위해 SNS를 이용했다.

황성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정책연구팀장은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해 SNS의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아직 없다"면서 "페이스북의 공개 범위를 친구나 미공개로 설정하고 글을 올릴 때는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등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트위터에 "아이폰4 리콜 불가피"… 알고보니 스티브 잡스 사칭

지난해 6월27일 한 트위터에 'We may have to recall the new iPhone. This, I did not expect.'(우리는 새 아이폰(아이폰4)을 리콜 해야 할 것 같다. 난 이걸 예상 못 했다)라는 글이 올라 왔다. 트위터 계정은 '@ceoSteveJobs'. 당시 아이폰4 수신 불량 문제가 확산되고 있던 터라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가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여겨져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졌다. 하지만 알고보니 스티브 잡스를 사칭한 계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커뮤니티 사이트나 미니홈피, 트위터 등 SNS가 하나의 중요한 정보 통로의 창구로 이용되면서 이를 통해 조작, 왜곡된 정보가 진실인 것처럼 유통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국내에서 트위터를 통해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무료 견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글이 대대적으로 유통됐다. 실제로는 "차가 고속도로 본선에서 정지했을 때만 견인차가 올 때까지 안전지대로 무료 견인해주는 것"이 도로공사의 실제 방침이었으나 왜곡된 정보가 퍼지는 바람에 무료견인을 거절당한 사람들의 민원이 쇄도했다. 한 블로거가 현대차의 헥사곤 그릴과 에쿠스를 10분만에 합성해 사진공유 웹사이트인 '플리커'에 올린 작품이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에 현대차의 신차로 둔갑하고 국내 매체가 재인용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여론조작의 창구로도 곧잘 이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작사가 최희진(38)씨가 태진아ㆍ이루 부자를 대상으로 벌인 거짓말 연속극. 최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계속 허위사실을 올리는 바람에 태진아 부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검찰수사로 겨우 진정됐다. 한국정보화진흥연구원 정원모 연구원은 "자신과 잘 아는 '지인'을 통해 전파돼 그 정보를 더 믿게 되는 SNS의 특징상 잘못된 정보가 바로 잡히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 'SNS 디바이드' 시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사회관계형서비스(SNS)의 보급은 'SNS 디바이드'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과거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현상과도 다소 다른 유형의 격차라는 것이다. 2000년대 사회계층 간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에 차이가 생겨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나타났다면, SNS 디바이드는 지역, 연령, 소득 수준이 비슷하고 심지어 똑같이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에도 SNS 활용도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는 "이제 정보격차 문제는 정보지체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며 "정보지체층은 노트북과 태블릿PC, 첨단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더라도 SNS서비스의 활용도가 낮아 이슈ㆍ정보의 접근이 제한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과거 지식인층은 언론과 인터넷 등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됐지만 이제는 SNS 활용도에 따라 개인의 경쟁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은 언론이 아니면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SNS를 통해 미국, 유럽 등의 정보도 손쉽게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언론보다 오히려 SNS가 더 빨리 소식을 전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타인과 차별화된 개인의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론 주도층이 직접 SNS를 사용하면서 이들의 의견도 가감 없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과거 신문의 인터뷰나 칼럼 등을 통해서만 이들의 견해를 접할 수 있었던 일반인들은 이제 그들의 트위터를 단순히 팔로우(follow) 하는 것만으로도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SNS 활용 능력에 따라 경제적 격차까지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 SNS를 통해 전달되는 최첨단 기술의 개발 소식이나 관련 분야의 최신 정보는 돈과 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SNS는 기업간 또는 개인간 거래에 있어 중간 과정을 생략해 효율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앞으로 SNS의 파급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미래엔 SNS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유리한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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