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가 증액하거나 신설한 예산은 일체 집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대법원 제소도 추진하겠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시의회가 심의 의결한 올해 예산안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 간부들은 연말연시 기간 동안 예산 정국을 논의한 끝에 예산 미집행은 물론 법적 대응도 불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최항도 시 기획조정실장은 4일 설명회를 열고 시의회가 지난해 말 의결한 예산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 실장은 "시의회가 무상급식과 학교시설 개선 등의 예산을 서울시장 동의 없이 증액한 것은 지방자치법 제127조 3항을 위반했으며, 지난해 시의회에서 의결해 사용한 서해뱃길 채무부담행위 30억원을 2011년도 예산에 반드시 편성해야 함에도 전액 삭감해 지방재정법 제44조 2항을 어겼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예산 삭감이 법령에 위반될 경우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으며, 집행부 동의 없는 증액 및 신설은 불법이므로 무효라는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시는 예산안 전체를 미집행하지는 않고 사안별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시는 시의회가 임의로 증액하거나 신설한 예산은 집행하지 않고, 원안 통과하거나 감액한 예산만을 대상으로 실집행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기로 했다. 시의회가 신설한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과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200억원, 경로당 현대화 사업 30억원 등은 위법이므로 집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산 증액분도 집행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의회가 증액해 128억원을 편성한 저소득 노인 급식제공사업은 원안대로 100억원만 집행하고, 공공근로 사업도 시의회 수정안보다 100억원 적은 210억원만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또 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차질이 우려되는 사업들은 수혜자와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직접 이해와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시는 한강예술섬과 서해뱃길 사업이 좌초됐고, 서울광장 문화예술공연과 국내 유일의 가족영화제가 전면 중단됐으며,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초라한 축제로 전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시는 조만간 시의회에 예산안 재의를 요구하고, 시의회가 재의결하면 대법원에 무효 확인소송을 낼 방침이다.
서울시의 강경 대응 방침이 정해지자 시의회는 강력 반발했다. 오승록 민주당 대변인은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 결과 서울시의 재의 요구와는 별개로 의회가 의결한 예산은 유효하다는 답변을 얻었다"며 "서울시가 실집행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납세자의 권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중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예산이 삭감된 사업들은 다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도 시가 삭감 사실만을 강조해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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