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학 성균관대 한문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달 말 우즈베키스탄 현지 교민 김홍덕(52)씨가 보낸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한글백일장대회 운영비로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를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는 “김씨의 후원금이 아니었으면 올해 중앙아시아 대회는 열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일단 고비는 넘겼다”고 안도했다.
‘성균한글백일장’대회는 중국, 중앙아시아 등 현지 대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고 확산시키자는 이 교수의 발의로 시작됐다. 성균관대에 21세기한국어위원회가 발족됐고, 이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그 해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첫 대회가 열렸다. 수상자에게는 2년간 성균관대에서 유학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는데, 대학 측은 학비를 지원하고 생활비는 국가장학금으로 충당하게 했다. 대회는 중앙아시아와 몽골로도 확산돼 한류 열풍과 함께 현지 학생들의 큰 관심과 호응을 얻어왔다.
그러던 것이 이듬해부터 정부 및 기업의 지원이 끊기면서 재정난에 허덕여온 것. 중국의 경우 그나마 현지 교민사회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그럭저럭 운영이 되는데 중앙아시아와 몽골 대회는 당장 올해 대회의 개최여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었다. 이 위원장은 “지인들과 대학의 학비 후원, 사비까지 보태왔지만 이제 한계상황”이라며 “특히 중앙아시아 대학생들의 경우 백일장 참가 여비조차 마련하기 힘들만큼 형편이 어려워, 주최측에서 교통비 등을 지급해왔는데 그게 여의치 않아 대회 자체가 무산될 위기였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쾌척한 김씨는 10여 년 전 우즈베키스탄에 정착, 사업으로 기반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백일장을 참관한 뒤 현지 학생들의 한국어에 대한 큰 관심과 향학열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편지에서 “그 학생들의 할아버지가 “‘너는 한국인이다’라는 유언을 남기며 고려인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줬고, 그래서 한국어를 배운다는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 위원장은 “대중문화로 시작된 한류는 깊이가 얕은데 비해 한국어 글짓기 대회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한류열풍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중앙아시아 한글백일장 대회는 김홍덕씨의 후원에 힘입어 오는 3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게 됐으나 몽골대회 개최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후원문의 (02)760-0963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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