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47> 여자나이 서른과 결혼,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47> 여자나이 서른과 결혼,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입력
2011.01.04 12:01
0 0

서른 살 남자와는 너무도 다르다

결혼정보회사의 연말연시 대표적인 풍경을 아십니까?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이 회원으로 많이 가입한다는 점입니다. 해마다 반복되지요. 올해에는 꼭 결혼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모진 마음이 풀어집니다. 연말이면 1년을 그냥 보냈다며 새삼 초조해지는 경우들이지요. 그렇게 세월은 갑니다.

올해 서른이 된 초등학교 교사 H씨는 대학 졸업 후 임용시험을 준비하느라 20대에는 결혼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교사로 자리잡으면 결혼도 쉽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는 데도 만남은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뭔가 했더니 좀 따지는 남자들이 나이를 거론했다는 것입니다.

가장 속상한 것은 같은 서른인 데도 남자 동료들은 20대와 다름없이 느긋하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만남 기회도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요. 결혼연령이 높아졌다고 해도 한국은 여전히 여자 나이를 따진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그녀입니다. 현실이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 다닐 때 남자를 구해놓았을 것이라며 답답해합니다.

H씨는 지금까지 기다린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반드시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남들이 속물이라고 욕을 하더라도요. 문제는 속물이고, 아니고가 아닙니다. 그녀가 제 여동생이라면 저는 그 의욕에 결코 동조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른 살 여자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으니까요. 적어도 결혼만큼은 오기를 부릴 나이가 못됩니다.

한국에서 여자나이 서른은 어떤 의미일까요? 스물아홉보다 한 살 많을 뿐이건만,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눈은 더 높아지고,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그래서 결혼을 더 서두르게 됩니다. 한국의 결혼문화에서 여자는 서른 살 전에 결혼해야 좋습니다. 서른을 넘겼더라도 가능하면 빨리 결혼을 해야지요.

남녀의 만남은 의욕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혼으로 이어지려면 인연이 있어야 하고, 타이밍도 무시 못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의지는 더 강해질는지 모르지만, 인연을 만날 기회는 줄고, 타이밍도 점점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30이면 젊은 것 아닌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배우자상에 대한 고집입니다. 꿈같은 결혼관이나 이상형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100 가운데 10만 버리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3~4년 뒤 50을 버려도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나중에는 다 버려도 안 되는 게 바로 결혼입니다.

결혼은 이성을 잘 몰랐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바라게 되고, 그래서 더 신중해지고, 그러다 보면 결혼이 늦어집니다. 처음에는 장점만 보고 만나지만, 나이가 들면 단점이 자꾸 눈에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여자 나이 서른은 기존의 배우자상을 현실에 맞게 재설정해야 하는 연령입니다. 지나간 호시절을 그리워하지 말고, 새로운 금맥을 찾아야 합니다. 비우십시오. 그러면 또 채워집니다.

30대 초반 여성 10명 가운데 3명이 미혼이라고 하더군요. 결혼의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경쟁자가 많은 셈이지요. 어차피 결혼이 늦어졌으니 실력을 더 키워 조건을 갖추겠다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나이를 더 먹게 되고, 그로 인한 감가상각을 고려한다면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삼십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삼십 세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그를 보고 젊다고 부르는 것을 그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무엇인가 불안정해져 간다. 스스로를 젊다고 내세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냥 젊지만은 않은 나이, 여자나이 서른 살입니다.

■ 남녀본색

여자 20대와 30대의 차이는 무엇일까? 20대는 쉽게 사랑에 빠진다. 30대는 많은 것을 따진다고들 한다. 그래서 20대에 비해 30대는 결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최근 결혼한 미혼여성들을 대상으로 연령별로 결혼에 이르기까지 미팅횟수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29세 이하의 미혼여성은 결혼까지 평균 4.8회의 만남을 가진 데 비해 30~40세 미혼여성의 평균 미팅횟수는 7.6회로 20대보다 약 1.6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가 20대보다 더 많이 따지고, 결혼하기 더 힘들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