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법적 공방에서 현대그룹이 패소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맺었던 주식매각 양해각서(MOU)를 해지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전 최종 승자는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으로 결정나게 됐다. *관련기사 3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최성준)는 4일 현대그룹이 외환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제기한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현대그룹이 자료 제출 등을 성실히 하겠다는 약정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유가 인정되므로 MOU는 해지됐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중 문제가 된 1조2,000억원의 대출금에 대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고 인출 제한이 없다는 MOU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채권단 측으로부터 자료 제출을 요청 받았으나 객관적으로 의심되는 석 장의 대출확인서만 제출했다”며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MOU 해지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MOU가 해지됐을 경우 어떤 이유로도 다툴 수 없다는 ‘부제소특약’에 대해서는 “해지 당한 쪽에게는 과도한 이행보증금 몰수 등 부담을 주는 한편 해지를 한 쪽이 해지에 책임이 있을 경우에는 해지 당한 쪽에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어 불공정하다”며 효력이 없다고 결정했다.
채권단은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본격적인 현대건설 매각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다. 채권단은 5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상정하고 7일까지 주주 의견을 취합,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현대차그룹과 매각 협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그룹의 법적 대응과 관계없이 매각 절차를 진행해 3월말까지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패소한 현대그룹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채권단의 주장과 논리가 법원에 의해 여과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결정에 대해 항고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인수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현대건설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