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융화(程永華) 전 주한중국대사(현 주일본중국대사)가 "북한은 30년 전 중국의 문화혁명기라고 생각해야 편안히 적응할 수 있다"고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에 조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북한이 2009년 11월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때 청 대사는 이를 '경솔한 조치'로 평가하면서 시장 탄압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3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2009년 12월 24일 주한미국대사관이 국무부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청 대사는 앞서 21일 스티븐스 대사와 만찬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내가 결국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와 후계문제로 시간을 끌 여유가 없으며, 북미관계가 진전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 대사는 또 "중국 외교부 내 '한국사단'의 주도권은 북한에서 경험을 쌓은 관료에서 한국에서 근무한 젊은 관료로 넘어가고 있다"며 "북한에서 공부한 중국 고위 외무관리조차 서울근무를 강력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함께 배석한 천하이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 참사관은 북한의 폐쇄성이 역사적 전통에 기인한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청나라가 명나라를 대체한 지 100년이 지난 시점까지 한국은 명나라 왕실에 조공을 바치고, 명나라 풍습과 전통을 고수했다"며 "소국인 한국(남북한 통칭)은 '변화에 굴복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때 움츠러든다"고 분석했다고 전문은 전했다.
"이후락 도피에 키신저 관여"
이날 또 다른 외교전문을 통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1973년 해임 후 해외로 도피하는 과정에 헨리 키신저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키신저가 주한미국대사관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키신저는 그 해 12월 3일 물러난 이후락이 미국비자를 신청한 것과 관련, 김대중 납치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실각한 뒤 즉각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이 한국 정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그에게 유럽이나 제3국을 경유하도록 하겠다고 제의해보라"고 주한미대사관에 전달했으며, 실제 이후락은 제3국을 경유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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