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히든 카드는 한만호(50ㆍ수감 중) 전 한신건영 대표의 육성이 기록된 CD였다. 검찰은 한씨가 2009년 구치소에서 모친과 접견할 때 나눈 대화가 녹음된 이 CD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측에 빌려줬다는 3억원 외에 한씨가 추가로 자금을 건넨 정황이 들어있다며 한 전 총리의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검찰이 4일 열린 한 전 총리에 대한 3차 공판에서 제시한 CD에는 2009년 5월 18일 의정부구치소 접견실에서 한씨와 모친이 나눈 대화가 담겨있다. 한씨 모친은 "내가 ○○이(한 전 총리의 보좌관 김모씨)한테 전화를 해 봤는데, 명숙이(한 전 총리)가 미국에 가 있대. 10여일 있으면 들어오니 상의해서 전화해 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한씨는 "특별접견으로 김씨가 왔었다. 내가 편지에서 '속상합니다'라고 했다고 하니 알아듣고 갔다"고 답했다.
이 대화의 맥락은 한 달여 후의 면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씨는 6월 13일 모친에게 "내가 3억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같은 달 30일에도 "3억원이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어떤 대답이 오긴 올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한씨가 김씨를 통해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대화의 시점이다. 2009년 5, 6월은 한씨가 김씨에게 빌려줬다는 3억원 중 2억원을 돌려받은(2008년 2월) 이후다. 검찰 관계자는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는 3억원과는 다른, 별개의 돈이 한 전 총리에게 건네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13일 한씨가 자신의 부모에게도 검찰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하며 진술 번복 의사를 표시했다는 내용도 추가로 밝혔다. 한씨가 출소 이후 사업 재개를 위해선 한 전 총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 한 전 총리에 유리한 쪽으로 진술을 바꿨다는 게 검찰의 해석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한 전 총리에게 건넨 총액이 9억원이라면, 왜 하필 한씨가 돌려받은 2억원을 뺀 차액 7억원이 아니라 3억원만을 요구했는지가 불분명하다. 한씨도 "경매절차로 집을 잃게 된 부모님의 기분을 맞춰드리고,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자식 된 입장에서 한 말일 뿐"이라고 하는 등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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