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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종편, 良貨를 내모는 惡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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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종편, 良貨를 내모는 惡貨

입력
2011.01.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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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종편)채널이 생긴 지 1년쯤 지난 내년 가을 어느 날 한 종편의 저녁뉴스. 현재 시각을 알리는 음향이 '뚜 뚜' 하고 울리더니 첫 뉴스가 흘러나왔다. "A당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씨는…"으로 시작한 톱기사는 그가 한 기업에게서 정기적으로 불법 자금을 후원받았다는 반대 당의 이날 낮 폭로 내용을 다룬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웬걸, 뉴스는 이 유력 주자 해명 일색이다. 반대 당이 주장한 내용은 하도 짧아 다 이해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다른 3개의 종편은 더 심했다. 한곳은 아예 저녁뉴스에 이 보도가 없었고 나머지 2개는 저녁뉴스 끝머리에 달랑 몇 줄이 전부였다.

그 전에도 보도 태도는 비슷했다. 4개 종편은 이 유력 주자를 지지하는 기사를 대놓고 계속 내보내 원성의 대상이 됐다.

저녁뉴스를 보던 한 시청자의 양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종편 만들면 볼 게 많아진다 더니 다 똑같아 건질 게 없어요. 이럴 거면 뭐 하러 잔뜩 만들었나요."

지난해 12월 31일 종편 사업자 선정 내용을 보면서 한국 종편의 미래를 그려 봤더니 이건 정말 암울했다. 이번에 선정된 4개 사업자는 모두 보수 원조를 자임하는 신문들. 이들이 종편을 통해 어떤 뉴스를 내보낼지 눈을 감고도 상상이 가능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급격히 보수화하고 있는 와중에 종편까지 보수 매체 일색이 되면 정말 곤란하다 싶었다.

대선을 생각하면 더 끔직했다. 이런 상태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이것은 한국 국민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한쪽 얘기만 계속 흘러나오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공정한 선거가 가능하겠는가.

광고 시장은 또 어떤가. 한국에서 연간 지출되는 광고비는 국내총생산(GDP)의 0.7% 정도. 정부는 규제를 풀어 이를 1%까지 끌어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기업들의 광고 지출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다. 한 대기업 홍보 임원은 "기업 내에선 지금 광고도 많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여기서 더 늘린다면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많다"며 "장사하는 기업을 모르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종편이 광고 시장의 이 같은 한계 속에, 그것도 4개나 생기다 보니 당연히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이 와중에 종편이 집단 폐사하는 것이야 투자자로서 당연히 책임져야 할 몫이지만 문제는 정부가 종편에 채널 배정 배려, 광고규제 완화 등 특혜 패키지를 선물할 복안이라는 점이다. 결국 정부 도움으로 그나마 없는 광고가 종편에 쏠린다면 이것은 이번에 종편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신문들에게는 큰 불행이다. 이 신문들 중에는 지금까지 한국 언론의 균형성 측면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 왔던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결정을 보면서 정부의 언론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처절한 경제 논리만 판치는 약육강식의 언론관이다. 여기에 언론의 기능이라든지 하는 한가한 얘기가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제 역할을 하는 언론들이 힘을 잃게 되면 결국 세상은 처절하게 망가져 간다. 이제라도 종편이 과연 필요한가를 검토할 때다.

이은호 문화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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