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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와 은둔'에서 '스피드와 소통'의 삼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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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와 은둔'에서 '스피드와 소통'의 삼성으로

입력
2011.01.0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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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빨라지고, 투명해지고 있다. 관리와 은둔의 삼성이 스피드와 소통의 삼성으로 바뀌고 있는 것.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속하고 통 큰 결정이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 장면이 5일 이뤄진 투자 및 채용 계획 발표. 삼성이 연간 투자 및 채용 계획을 1월에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엔 5월, 예년 같았으면 하반기나 가서 겨우 확인된 수치가 올해는 삼성 사장단협의회가 신년 들어 처음 열린 날 전격 발표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결정이 이미 이뤄진데다 사장단협의회 보고도 마친 만큼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각계의 문의도 많았던 만큼 소통 차원에서 발표할 필요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밀이라 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데에 대해서는 내부의 반발도 컸다는 게 후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9년 2분기부터 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마감 1주일 안에 내 놓고 있다.

특히 이날 삼성이 지난해 당초 계획보다 무려 10조원 이상 많은 투자를 단행한 부분이 확인된 것도 삼성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지난해 2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36조5,00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난 것. 연초 계획엔 없었던 투자가 무려 10조원 이상 소리 소문 없이 이뤄진 것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 대기업에서는 전례가 드물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한 뒤 필요한 의사 결정이 바로 바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룹 콘트롤타워로 미래전략실이 꾸려진 것도 이러한 결정이 가속도를 내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복원되기 전까지는 계열사별 사업 및 투자 중복 등이 이어져도 교통 정리 가 힘들었다.

이처럼 '스피드 삼성'이 강조되는 것은 이 회장이 느끼는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해 3월 경영 복귀 일성으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 데 이어 지난달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서도 "21세기의 10년은 과거 1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올 것"이라며 스피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이제 남의 그림자를 밟아가며 쫓아가는 상황이 아니라 가장 선두에서 지금까지 없던 것을 처음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두리번거리고 멈칫하다가는 한 순간 정상의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교훈 아니냐"고 설명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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