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는 싸게 사고, 판매자는 홍보되고…전자상거래의 새 장을 열다
미 하버드대학 동창들과 사회관계형서비스(SNS)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는 2006년 10억달러에 회사를 사겠다는 야후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유는 역설적으로 야후가 제안한 돈의 액수 때문이었다. 지난해 방한했던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는 "10억달러의 가치가 있다면 이를 더 개발시켜 그 이상의 가치가 나가도록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인수 제안을 한 야후나 이를 거절한 페이스북 모두 SNS의 가치를 정확히 꿰고 있었다.
야후가 거액의 인수 제안을 한 이유는 SNS를 시장으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는 수많은 상거래가 일어나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를 소셜커머스라고 부른다. SNS를 이용한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소셜커머스는 2005년 처음 등장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SNS가 아닌 포털업체 야후다. 당시 야후는 이용자들의 장바구니를 공유할 수 있는 '쇼퍼스피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은 저절로 홍보가 됐고,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좋은 상품 추천이 됐다.
이를 SNS 서비스와 연계해 전 세계적으로 소셜커머스 바람을 일으킨 업체는 2008년 설립된 미국의 그루폰이다. 그루폰은 회원들에게 SNS를 이용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5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해 21개국 76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며 회원 수만 1,300만명에 이른다. 이 업체 역시 지난달에 60억달러에 사겠다는 구글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루폰을 비롯한 소셜커머스의 성공 비결은 신뢰다. 소셜커머스는 SNS를 이용해 일정 인원이 모이면 싼 값에 물건을 파는 공동 구매 방식이거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형태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올리는 사용기나 상품 추천은 업체들의 제품 광고보다 믿음을 준다. 특히 그루폰 등은 친구에게 상품을 추천해 구매가 일어나면 추천자에게 현금성 포인트나 제품을 주는 방법으로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소셜커머스의 바람은 지난해 국내에도 거세게 몰아쳤다.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100여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등장했으며, 신세계, 롯데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물론이고 포털업체 다음까지 소셜커머스에 뛰어들었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는 600억원에 이르며, 올해는 3,000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초고속 성장을 하는 소셜커머스도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서 사용자들 간 입소문만 믿고 구매했다가는 영세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부도나 사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발행한 음식점 할인 쿠폰이 이용자가 몰려 사용할 수 없거나 다른 상품이 제공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단단한 신뢰를 쌓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소셜커머스가 올해 새로운 방식으로 한층 더 진일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의 위치기반기술(LBS) 등이 소셜커머스와 결합, 개인화되고 전문화된 소셜커머스가 등장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화정 롯데경영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역 상권을 확보한 이마트, 롯데마트 등의 오프라인 쇼핑센터가 LBS를 이용해 쿠폰을 제공하는 소셜커머스가 늘어날 것"이라며 "스마트폰의 확대가 소셜 커머스의 기술 개발 및 이용자 확대를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고객들 궁금증·불만 직접 해결…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열풍은 국내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예외 없이 스며들고 있다.
재계의 대표 트위터 전도사는 박용만 두산 회장. 9만2,000명이 넘는 추종자(팔로어)를 몰고 다니는 그는 트위터 상에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넷 상에 '박용만 어록'이 나돌 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의 트위터 애용 덕분에 두산 기업의 이미지는 부드럽게 바뀌었다는 평가와 함께 두산에 입사하려는 취업 지원자수도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트위터 사랑도 남다르다. 8만6,000명 이상의 추종자를 거느린 그는 자신의 취미부터 회사 경영 문제까지 폭넓게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터진 '이마트 가짜 한우 판매' 사건과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즉각 사과 메시지를 내보냈고,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 화재에 대해서는 "안전 불감증이다. 안전교육 챙기겠다"는 내용을 게재하며 사태 확산 방지에 직접 나섰다. 또 이마트나 백화점 이용 고객들이 정 부회장의 트위터에 올려 놓는 불편 사항들을 수시로 확인해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IT업계 CEO들 역시 트위터를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삼고 있다. 사회적 이슈 보다 정보 제공형에 속한다.
11만5,000여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IT 업계의 대표적인 트위터 사용자로 통한다. 그는 트위터에서 주로 정보기술(IT)과 관련된 내용을 토론하고 소개한다. IT 전문가답게 최신 IT 화제를 팔로어들에게 전하고 있다.
3만2,000여명의 추종자가 따르는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도 이동통신 업계에 손꼽히는 파워 트위터로 통한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대중화에 불을 지핀 아이폰 출시 정보와 관련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대변자로 꼽힌다. 아이폰 및 아이패드와 연관된 각종 문의 뿐 아니라 각종 스마트폰 관련 궁금증이 생길 경우 그의 트위터 추종자 수는 상승 곡선을 긋는다.
전문가들은 트위터를 포함한 SNS의 이 같은 장점을 경영 전략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모바일 통신 발전에 힘입어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더욱 막강해진 SNS의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서민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도 이젠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자발적이고 의미 있는 소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SNS 채널을 통해 전해지는 유용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위해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사원채용 통로·마케팅에 활용…기업들 門 활짝 연 '소통의 SNS' 기업들도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소비자들과의 소통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업 블로그를 를 개설해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펴는가 하면, 트위터로 신입사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 가운데 블로그 이용에 적극적인 업체는 LG전자. 지난해 3월 디자인을 테마로 문을 연 LG전자 블로그(blog.lge.com/notice)는 당시 기업 블로그 가운데 처음으로 누구나 댓글을 쓸 수 있도록 개방해 주목을 받았다.
악성 댓글이나 유언비어 게재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단행한 이 댓글 개방은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 기업 블로그 개설 1년8개월 만에 100만명의 방문자 수를 끌어 모았고, 블로그에 올린 각 게시글에는 4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그 결과, LG전자 블로그는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기업 부문 대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 말 30여명의 블로거들을 초청, 자사 제품 평가 토론회를 갖는 한편 불우이웃 돕기를 마련하는 등 SNS의 범위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월 개설한 기업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www.samsungtomorrow.com/)의 누적 방문객 수도 10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월 평균 9만명 이상이 다녀간 셈이다. 삼성 투모로우는 직원들이 직접 콘텐츠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하고, 남녀 대학생으로 구성된 이야기 작가(스토리 텔러)를 뽑아 다양한 사내ㆍ외 이야기 소재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의 히트 상품인 스마트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의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및 사용법은 물론이고 인턴 체험기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SNS는 신입사원 채용에도 쓰인다. 지난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IBK 기업은행 등이 트위터를 이용해 신입 사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개방 및 참여, 공유의 특성을 지닌 SNS를 잘못 활용하면 역효과 또한 크다. 무게 중심이 기업 보다는 이용자들에게 더 기울어져 있는 SNS의 특성을 감안하면 홍보에 치우친 섣부른 운영 방식이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심이 앞서 소중한 소비자들과의 소통 채널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이미지 손실에 그치지 않고, 충성도 높은 기존 소비자 및 잠재 고객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LG경제연구원 황혜정 책임연구원은 "기업이 소비자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진심으로 배려한다는 진정성을 갖고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활용한다면 소비자가 먼저 다가올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SNS는 고객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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