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와 토론친구 되고…기업가와 논쟁도 벌이고…소통혁명 뜨겁다
#'정보의 전달' 지난해 11월 16일. 대표적인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꼽히는 트위터에서 '무료 생물학 강의'가 열렸다. 강연자는 박사 후 과정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는 김우재 박사. 트위캠(트위터 생중계) 화면에 등장한 그는 '도대체 DNA가 뭘까'라는 주제로 2시간 남짓 강연했다. 간단한 트위터 공지를 보고 찾아온 30여명의 참가자들은 '신기하다' '재미있다'는 등 실시간 반응과 토론을 이어나갔다.
#'의견의 충돌' 3일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여기 와서 행패 부리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진씨가 최근 심형래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 파더'를 두고 불량품에 빗대는 글을 올렸기 때문. 그의 트위터는 물론 다음 아고라 등에는 이 발언과 관련해 찬반 논란이 극심하게 갈렸다. 그 가운데 한 네티즌은 "세상 좋아졌다. 평론가의 평론을 네티즌이 평론할 줄이야"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SNS의 열풍이 대한민국의 '열린 사회'로의 진입을 가속하고 있다. 폐쇄적인 온ㆍ오프라인 공간에서 정보와 지식, 주장이 교환되고, 간혹 필요에 따라 공유된 지식과 결정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던 것이 과거의 소통 방식(Networking). 그러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SNS를 통해 정치와 경제 학문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은 일반인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려 한다. 특히 김우재 박사처럼 학문적 특성상 집단의 폐쇄성이 두드러진 과학자들이 저마다 트위터를 열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같은 대기업 CEO가 트위터를 애용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세계 정치에 할 말이 있으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언제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 이강석 소셜웹트랜드연구소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은 물론 뜻이 다른 계층과 집단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손 쉽게, 재빨리 들을 수 있다는 데 모두가 매료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SNS만큼 개방성과 쌍방향성이 탁월한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철학자 칼 포퍼가 정의한 데로 권위와 절대성에 도전하고 언제든 반론이 가능한 사회를 열린 사회라고 할 때 SNS는 열린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 주도층과 정책 결정자에게 장소와 시간의 구애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에 대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의 트위터 문제제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문용식 나우콤 대표간의 기업형슈퍼(SSM) 설전, 그리고 수 많은 일반인의 목소리가 'RT(retwit)'의 형태로 이들의 주장과 함께 전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트위터가 아니면 중소기업에서 감히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었겠냐"고 평가했다.
SNS가 일찍 시작된 미국은 한 발짝 더 앞서나가 있다. 2008년 플로리다대에 다니는 학생이 조직한 페이스북 모임이 장학금 관련 개정 법안 반대를 이끌어 내는 등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조직된 일반인의 힘이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정책 결정자나 부서의 SNS는 여전히 정책 홍보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공식 트위터 계정을 연 청와대, 3월 '스마트 정당'을 표방하며 당 의원에게 스마트폰을 일괄 지급한 한나라당, 보건복지부와 환경부 국방부 등 트위터를 운영 중인 6~7 곳의 중앙부처 등 대부분은 일방적으로 할 말만 전달할 뿐 쌍방향 소통이 부족하다는 게 SNS 이용자의 불만이다.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SNS의 폭발력은 단시간에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대규모로 모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 지난 대선을 통해 SNS의 위력이 증명됐듯이 향후의 각종 선거와 맞물리면서 SNS의 목소리가 제대로 관철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 트위터 이용자 수 1년만에 10배 '무한팽창'
현재 우리나라의 SNS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2010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77.8%(약 3,701만명)로 이중 65.7%(2,431만5,000명)가 싸이월드 같은 미니홈피와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의 다양한 형태로 SNS를 사용하고 있다.
SNS 이용자 별(복수응답)로는 83.2%가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으며 인터넷 카페 같은 커뮤니티와 미니홈피도 각각 74.4%, 68.1%에 달했다. 트위터, 미투데이 등 마이크로블로그는 11.6%. SNS 이용률은 남성(66.9%)이 여성(64.4%)보다 조금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20대 이용률이 8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6~19세(78.1%) 30대(69.6%) 40대(48.7%) 등이 뒤를 이었다.
강학주 eStory Lab 대표컨설턴트는 "현재 싸이월드가 2,800만명, 미투데이 300만명, 카카오톡 300만명, 트위터 230만명, 페이스북 200만명, 다음 요즘 80만명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사실상 국민 대다수가 SNS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위터 이용자수는 2009년 12월 20만에서 1년이 지난 지금 10배 이상 늘어날 만큼 폭발적인 증가세다.
외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는 SNS 강국이다. 지난해 미국 비영리 시장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SNS 이용현황'에서 'SNS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40%로 미국(46%) 폴란드(43%) 영국(43%)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이어 프랑스(36%) 스페인(34%) 러시아(33%) 브라질(33%) 독일(31%) 등의 순이었다.
강 대표는 "SNS 이용도 처음 가십 위주에서 점차 링크를 통한 정보공유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 박원순·정재승·노회찬 등 파워 트위터러에 SNS는
박원순(55)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정재승(39) KAIST 교수, 노회찬(55) 전 진보신당 대표는 요즘 일파만파(一波萬波)를 일으킨다. 바로 트위터라는 SNS를 통해서다. 각각 사회 과학 정치분야에서 수많은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을 움직이는 '파워 트위터러'(Power Twitterer)인 이들에게 SNS는 어떤 의미일까.
팔로어가 4만4,000여명에 이르는 박 이사가 최근 결식아동을 돕자며 트위터로 전개한 '결식 제로 캠페인'에 2주 만에 4,000여명이 2억여원의 후원금을 내놓았다. 박 이사는 "SNS를 통해 삽시간으로 퍼지는 정보의 힘 덕분에 시민사회운동은 물을 만났다"며 "시민들의 엄지손가락 끝에서 퍼져 나오는 집단지성의 힘이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학자인 정 교수의 팔로어는 2만4,000여명. 지난해 9월 "과학 강연을 듣기 어려운 지역 청소년에게 강연 기부 해주실 분을 모집한다"는 그의 글이 퍼지면서 전국 29개 도서관에서 동시에 60여명의 과학자가 강연을 기부했고 이러한 '강연기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후원품으로 과학서적 2,000여권도 답지했다. 그는 "SNS로 오고 간 말들이 실제 오프라인에서 어떤 일을 이뤄낼 수 있는지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며 "SNS를 통해 다수의 공감을 얻는 더 많은 시도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7월부터 트위터를 사용한 노 전 대표는 "트위터 계정을 만든 날 이후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간 늘어난 팔로어만 9만 8,000여명. 그는 트위터를 통해 막걸리 회동, 직장인과 '번개오찬'도 한다. 한번은 팔로어의 제보를 받아 모 기업이 대외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는 뒤로 슬그머니 축소하려던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매체보다 성능이 월등한 SNS 덕분에 문턱 없이 누구와도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다"며 "권력이 분산되는 SNS에서는 일방적 홍보를 하려 드는 사람들이 재미를 못 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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