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절차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5일 오전 기자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엄연한 규정 위반인데도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잘못을 극구 부인하는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사정은 이랬다. 합참은 이날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1일부터 시행하다가 뒤늦게 공개한 것인데, 대북 심리전 부서를 강화하고 인력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등 평가 받을만한 내용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절차였다. 조직개편안이 통과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합참은 "법제처에서 심의 중이지만 이미 시행하고 있어 사후 처리하면 문제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법제처에 확인하니, 아직 심사의뢰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합참의 조직개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어 법제처의 심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승인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법제처 관계자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합참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해 했다.
합참에 정말 심사의뢰를 했는지 다시 물었다. 이 관계자는 "연말에 인사이동이 다 끝났고 조직개편으로 부서 전화번호도 모두 바뀌었기 때문에 먼저 시행한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였다. "브리핑을 정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오히려 "왜 그런 걸로 문제 삼느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한민구 합참의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군에 대한 신뢰회복을 강조했다. 하지만 입맛에 따라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는 군을 향해 마음을 열 국민이 얼마나 될까. 목청 높여 전투형 군대를 외치고 한겨울에 눈밭을 뛰어다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작은 원칙부터 묵묵히 지키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고칠 줄 아는 믿음직한 군의 모습을 보고 싶다.
김광수 정책사회부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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