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태세와 대북 대화 의지를 동시에 강조하는 강온 양면의 투트랙 정책을 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북한을 향한 대화의 창을 조금 더 열었다. 지난해 말 북핵 6자회담과 남북대화 재개 의사를 밝혔던 이 대통령은 이번에는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뜻을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대화와 남북 경협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데 이번에 대화와 경협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좁다란 대화의 창'을 더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화 재개의 조건을 보다 명확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핵과 군사적 모험주의를 포기하는 행동을 진정성의 징후로 규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진정성을 보여줄 방법론은 북한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선제적 핵 동결 및 핵 폐기 이행, 군사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 및 재발 방지에 대한 언급 등을 통해 북한이 얼마든지 진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6자회담을 거론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먼저이지 6자회담 재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뜻에서 거론을 삼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짚을 것을 짚지 못한 채 6자회담 국면이 전개돼 '대화를 위한 대화'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따라서 이날 연설은 남북 관계가 대결 또는 대화로 갈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알리는 독촉장인 셈이다.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이날 "키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에 공이 넘어갔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의 대북 구상은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로 형성된 기존의 안보 프레임 속에서 작동되고 있다.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튼튼한 안보, 확고한 억지력 등에 바탕을 둔 안보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진정성에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1일 공동 신년사설도 강온 양면 전략을 보여줬다. 북한은 1일 "남북 대결 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전군이 긴장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전투훈련을 실전과 같이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모두가 강온 전략을 준비하면서 새해를 시작한 셈이다. 이에 따라 19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남북 대화 및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신묘년 국정 화두로 안보와 경제를 제시하면서 집권 4년인 올해를 '일하는 해'로 설정했다. 이 대통령은 "(굵직한 선거가 없는) 올해에는 정말로 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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