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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새로운 10년, 새로운 도전] <2> 늙어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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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새로운 10년, 새로운 도전] <2> 늙어가는 나라

입력
2011.01.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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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 앞둔 어느 베이비붐 세대의 하소연

시중은행 지점장 최정섭(가명)씨. 어느덧 쉰넷. 30년째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이제는 또 다른 30년 삶을 시작해야 할 때다. 한국 사회의 전형적 베이비부머인 그는 이제 비슷한 또래 700만명과 함께 ‘은퇴 열차’에 올라야 할 상황이다.

최씨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63년 태어난 동 시대인들과 다르지 않은 궤적을 걸어왔다. 넉넉지 못한 살림형편에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지방의 상고를 졸업, 군 복무까지 마친 뒤 81년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은행에 입사했다. 그리고 30년을 묵묵히 일만 했다. 한 살 연하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ㆍ딸 하나씩 두고, 솔직히 지금까지 큰 부족함 없이 식구들 먹여 살리고 자식들 대학공부까지 시켰다. 재작년에는 지점장 승진도 했다.

인천에는 105㎡짜리 아파트도 장만해뒀다. 아들(27)은 대학 졸업 뒤 취직해 제 앞가림 정도는 하고 있고, 딸 아이(25)는 휴학한 채 취직 준비 중이다. 안정된 직장에 1억원이 넘는 연봉, 집도 있고, 아이들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이쯤 되면 다른 베이비부머들에 비하면 ‘혜택받는 삶’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회사는 그를 몰아 세우고 있다. 그 역시도 1년만 더 다니고 일터를 떠날 생각을 굳힌 상태이지만, 심정은 막막하다. 정년까지는 5년쯤 남았지만, 계속 다닐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지점장 1명이 회사를 나가면, 젊은 신입사원 3명이 더 일할 수 있다는데…

그렇다고 앞으로 부부가 어림잡아 30년은 더 살 텐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최씨 연령의 남자들에게 남은 기대여명은 27년, 여성의 긴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아내는 최씨보다 7년 가량 더 살 것이라는 게 통계 수치의 예고다. 이 긴 세월을 도대체 무엇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까도 생각하지만, 그 나이에 새로 취직자리를 알아보기는 난감하다. 아내와 조그만 가게라도 해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98년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으로 은행을 그만 둔 선배 대부분이 창업에 나섰다가 퇴직금만 까먹은 것을 떠올리면 창업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결국 그의 선택은 낙향. 최씨는 퇴직하면 곧장 아내와 고향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10년 뒤엔 평범한 농부가 돼있을 것이고, 혹시 농사일에 잘 적응한다면 과수원 주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에겐 시골 출신이니까 시골로 간다’고 말하지만, 사실 시골서 생활하는 것이 생활비도 덜 들 것이란 현실적 계산도 고려됐다.

사실 최씨의 경우 은퇴 이후 가장 큰 걱정은 경제적 문제다. 지금은 연봉으로 네 식구 생활하는데 결코 부족하지 않지만, 퇴직하면 곧 바로 빠듯해질 수밖에 없는 살림살이다. 생활비만 따져보면 60대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지출은 200만원. 최씨 부부도 해외여행 다니지 않고 검소하게 산다면 한달 200만원 정도로 생활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 해도 30년간 7억2,000만원이다. 여기에 아들과 딸 결혼자금으로 2억원을 잡으면, 최소 9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최씨가 갖고 있는 자산은 아파트 한 채(시가 2억3,000만원), 귀농에 대비해 고향 경북에 사놓은 땅(1억6,000만원)과 부부 앞으로 들어놓은 개인연금 1억원, 저축 1억원 등 약 6억원. 여기에 중간정산하고 남은 퇴직금 1억2,0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50대 가구의 평균 자산(3억6,000만원)보다 훨씬 많지만, 부부가 살아갈 집 한 채를 남겨두면 생활비를 해결할 고정 수입이라곤 하나도 없다.

지금 아파트는 처분해서 애들 살 셋집 얻어주고 나머지로 시골에 집을 지을 계획. 때문에 국민연금을 당장 내년부터 조기수령하고 개인연금도 미리 타서 생활비로 충당해야 한다. 62세부터 타면 월 1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은 조기 수령하면 수급액이 80만원으로 줄어들지만, 형편상 다른 방법이 없다.

그나마 이미 직장을 그만둔 지 몇 년이 된 친구들에게 이런 상황을 얘기하면,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다. 하기야 전형적인 중산층인 그가 이 정도일진대, 다른 베이비부머들은 어떠하겠는가.

최씨가 이제 바라는 건 건강뿐이다. 노년엔 건강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아파도 자식 눈치부터 봐야 하는 게 노인들의 처지. 보험은 들어뒀지만, 노년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안 선다.

“아직도 몇 년은 더 현장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벌써 나가라고 합니다. 은퇴가 눈 앞의 현실로 닥친 지금에야 내 노후, 내 미래를 대비할 여유까지는 없었다는 게 실감납니다. 솔직히 경험도 없는 농사일, 뒤늦은 나이에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섭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인생후배들에게 보여줘야죠.”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고령화 현실로

전남 고흥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늙은 곳이다. 주민 3명 중 1명이 65세이상 노인(고령인구 비율 32.04%)이다. 전체 인구는 지난 11월말 7만4,000명으로 최근 10년새 30% 감소한 반면, 고령인구(2만3,714명)는 20%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아이들 보기가 힘들어졌다. 초등학생 수는 5분의1로, 유치원 원아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초등학교 8곳이 없어지고, 그 중 2군데는 노인요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고흥군 관계자는 “독거노인이 6,500가구에 이를 정도로 홀로 사는 어르신도 많기 때문에 복지예산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할 젊은 층이 줄어들면서 군내 사업체(4,500개)는 10년새 1,000개나 사라졌다.

인구 마이너스, 현역이 사라진다

고흥의 현재는 우리의 앞날을 비쳐보는 거울이다.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10년 안에 인구 마이너스 시대를 맞게 된다. 총인구는 2018년 4,93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을 전망. 반면 65세이상 고령인구는 2010년 481만명에서 2020년 770만명, 2050년에는 1,600만명으로 증가곡선이 이어진다.

마이너스 인구는 한국 경제에 큰 재앙이다. 특히 핵심근로계층이 무서운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5년(3,619만명)을 정점으로 꺾이지만, 가장 생산성이 높은 25~49세는 이미 2007년부터 감소세에 들어섰다.

실제 생산현장에선 노동인력의 생산성이 피크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경제 성장의 중추를 담당해온 조선ㆍ철강업종에선 40대~50대가 현장 메인 노동력이 됐다. 조선업종 9개 기업 생산직 평균 나이는 42.8세. 2003년 41세였는데, 7년 만에 약 2세가 더 올라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직원이 함께 무(無)에서 출발해 지금의 성장에 이르렀는데, 이젠 성숙단계에 도달하면서 많은 숙련된 기술인력이 해마다 정년이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한해 정년(58세) 인원이 1,000명을 육박하고 있다.

젊은 세대, 평생을 고령화 빚더미에 올라

저출산 고령화는 잠재성장률 추락의 첫 번째 요소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000년 이후 평균 4%대였던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 2.8%, 2030년대 1.7%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이제 사회적 빚더미에 오른 채 살아가야 한다. 노인인구 비율이 급증하면 복지 지출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 지금 추세대로라면 현재 3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 자산도 2060년께 바닥을 드러낼 전망. 노년층에 대한 부양 부담도 커진다. 노년부양비는 올해 15.5%. 15~64세 생산가능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지만 10년 뒤에는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책임을 5명이 나눠서 지고, 2030년에는 3명, 2040년에는 2명이 나눠지게 된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전후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고령화의 경제사회적 징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텐데, 특히 연금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부담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세대간 사회갈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정책 포트폴리오 전략

인구 구조의 노화는 향후 10년간 한국경제의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다. 저출산ㆍ고령화로 노동력이 제때 수혈되지 않으면 성장이 정체되고, 씀씀이만 커져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 그래서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늦게 시작됐지만 진전 속도는 가장 빠른 우리로서는 재정과 인력 활용 측면에서 정책 포트폴리오를 시급히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재정 문제.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공적연금ㆍ건강보험ㆍ노인복지 등 고령인구와 관련된 공공지출은 2018년 144조원으로 2010년(70조원)과 비교해 2배로 급증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령화 관련 공공지출은 7.3%로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진다.

특히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마무리되는 2020년 이후부터 재정부담은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 한국조세연구원은 고령화와 관련한 정부 지출은 205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2.4%에 이르면서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수준에 맞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유럽재정위기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게 된다.

재정 문제와 관련, 전문가들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의 재정파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1조3,000억원 적자를 내는 등 이미 수지 균형이 깨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향후 10년간 지출이 3배 수준으로 늘어나고 2044년부터는 연금 수입액이 연금 지출액을 밑돌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강성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재정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에는 후 세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수입을 늘리기 어렵다면, 방법은 지출 억제 밖에 없다. 강 위원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모두 납입액을 늘리자면 저항이 클 것이기 때문에 수입에 맞춰 지출을 줄여나가는 것이 왕도”라며 “현재 급여도 OECD 선진국 대비 하위권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 못되지만, 재정 건전을 위해서는 급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감소로 노동력 부족국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노동인구 풀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50% 수준인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끌어 올리고, 외국인 이민정책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외국인력 활용은 사회통합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감안,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령화와 관련한 재정부담이 얼마나 클지, 어떻게 대처할지 국가적 장기 밑그림이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인구구조 고령화 등은 재정 건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 30년~50년 단위의 장기 재정 운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자산 포트폴리오 전략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자신의 금융 자산만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기간은 연중 얼마나 될까.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은퇴 후 불과 8개월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생각하는 최소 생활비는 월 209만원인데, 조사결과 이들이 모아 둔 순 금융자산은 1,620만원뿐이다. 노후를 향한 저축전략의 대대적 수정, 자산포트폴리오의 전면적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동안 모아 둔 자산이 은퇴 후 필요한 자산보다 적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자산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다. 대부분 내 집 한 채는 가지고 있지만 집만 있을 뿐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하우스 푸어(House Poorㆍ집 가진 빈곤층)’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 당사자 712만명과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인구의 44%인 2,136만명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평균 자산은 5억3,500만원인데 이중 ▦86%(4억6,000만원)가 부동산이고 ▦예금 적금 펀드 등 금융자산은 14%(7,500만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금융부채 5,880만원을 빼고 나면 순 금융자산은 1,620만원뿐이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부동산을 그대로 두고서는 절대로 은퇴 준비를 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평균치를 바탕으로 단계별로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먼저 일반적 은퇴 연령인 55세부터 62세까지 기간. 이 기간에는 실제로 은퇴는 했으나, 62세까지는 국민연금이 나오지 않는다. 약 7년간 필요한 생활 자금은 부부 기준 1억8,000만원 정도(월 209만원X84개월)인데 순금융자산(1,620만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집 평수를 줄이거나 집값이 싼 지역으로 이사해 금융자산을 1억6,000만원 확보해야 한다. 이런 조정이 가능하면 부동산(2억8,000만원)과 금융자산(1억8,000만원)의 비율은 6대4가 된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전략도 달라진다. 베이비붐 세대의 월 평균 국민연금 수령 예상액은 약 71만3,000원. 부족한 유동성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이용해야 한다. 2억8,000만원 가치의 부동산을 연금화하면 매월 80만원 가량을 수령한다. 두 연금의 수령액을 합하면 월 150만원을 받으므로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실장은 “연금 공백기를 대비해 금융자산이 전체 자산의 최소 40% 이상은 돼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변동 등을 감안해 적어도 은퇴 5년 전에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선욱 이촌지점장은 “최근 서울 강남권의 자택을 월세로 내놓고 서울 외곽지역의 전셋집에 사는 은퇴자들이 많은데, 이들처럼 부동산을 고정 수입으로 연결시키는 등 부동산을 활용하는 게 베이비 붐 세대 은퇴 설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日 '잃어버린 20년' 교훈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잃어버린 20년’은 ‘노인국가화’와도 맥이 닿아있다. 일본은 2005년부터 총인구는 줄고, 생산가능연령인구는 1995년부터 매년 감소 중이다. 지난해 말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사상 최대인 2,900만명. 일본인 5명 중 1명은 65세를 넘은 노인들이다.

고령화는 빚더미에 올라있는 일본의 재정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900조엔을 넘어섰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에는 국가채무가 사상 최초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설 전망. 채무를 줄이려면 흑자 재정이 필수인데도, 올해 복지지출이 전체 예산의 30%를 초과하면서 재정건전화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빚을 내서 노인을 부양하면서 나라 살림이 거덜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각종 세금 및 사회보험료를 가장 많이 부담해온 단카이(団塊)세대(1947~1949년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부머ㆍ총인구의 5%)의 대량 퇴직도 재정 쇼크를 예고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단카이세대 664만명이 정년 퇴직에 들어가서 대거 연금을 받는 세대가 되기 때문이다. 연금ㆍ의료ㆍ개호보험 등 사회보장비용은 올해 105조엔에서 2015년에는 116조엔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젊은 세대로 부담이 전가되면서, 일본 경제의 성장이 멈추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 연금 재정을 메우고 노인 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봤자 남는 건 빚 밖에 없는 판국에 젊은 세대가 일할 의욕을 가질 리 없다는 것. 뚜렷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며 부모에게 앉혀 살아가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변변한 소득이 없으니 ‘소비기피 세대’로 전락했다. 가령 자동차구입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2.5%였는데, 2010년에는 19.0%로 감소했다. 젊은 세대의 소비 위축이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단카이세대가 사회의 모든 기득권을 쥐고 있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50년대 태어난 1차 베이비붐세대가 은퇴를 하더라도 70년대 베이비붐세대가 사회 중추로 등장하기 때문에, 당장은 경제 성장을 지탱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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