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한국농구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떨친 강동희(45)는 2009~10시즌 감독 명함을 팠다. '초보 사령탑'으로 원주 동부를 4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강 감독에게 칭찬이 쏟아졌다. 칭찬 앞에는 "이만하면"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2005년부터 동부 코치로 전창진(48) 감독을 보좌했기에 첫 시즌은 전 감독이 쌓은 기틀을 물려받은 측면이 없지 않았다. 어쩌면 전 감독의 그늘과도 같았다.
감독이라는 타이틀로 두번째 시즌을 맞은 2010~11시즌, 본격 시험대에 오른 강 감독의 동부는 18승8패로 전 감독의 KT와 함께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전자랜드와도 불과 1경기차다.
3일 휴식일을 맞아 원주 치악산을 오르던 강 감독은 "현재까지는 시즌 전 목표를 초과달성 중"이라면서도 "사람 욕심이 끝이 없나 보다. 아직 잘한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했다. 그래도 확실히 여유는 찾았단다. "지난 시즌에는 벤치에 어떻게 서 있어야 할지도 몰랐는데 요새는 작년보다는 아무래도 편해졌어요."
슈터 이광재가 군입대하고 베테랑 포인트가드 표명일이 전 감독의 KT로 옮기면서 동부의 올시즌 전망은 결코 밝지 않았다. 변화한 환경에서 강 감독의 지도력이 냉정히 평가 받을 차례. 위기에서 강 감독은 뚜렷한 자기 색깔을 내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전 감독 시절부터 강점이던 수비는 올시즌 평균 69.2실점으로 짠물의 농도가 한층 짙어졌다. 프로농구 역대로 가장 짜다.
윤호영을 중심으로 한 드롭존 수비(3명-2명 지역방어의 변형)에 변화를 시도, 김주성을 중심에 세워 지난 시즌 재미를 본 강 감독이다. 올시즌도 동부의 드롭존 수비는 상대의 숨통을 죄는 잔인한 고문이다. 강 감독은 "올시즌은 로드 벤슨(207㎝) 영입으로 높이가 보강됐고, 박지현-황진원이 외곽에서 수비를 악착같이 해주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포인트가드 박지현은 비록 현재는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표명일이 떠난 자리를 충실히 메워줬고, '저니맨' 황진원은 영리한 수비와 꾸준한 득점으로 소금 구실을 해내고 있다.
원하는 전술, 전략에 맞게 적재적소에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은 끊임없는 공부 덕이다. 강 감독은 "상대팀에 대한 연구는 특히 수비적인 면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상대팀 경기야 많이 보면 볼수록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경기 전날이면 강 감독은 습관처럼 새벽별을 본다.
올시즌 동부의 핵심으로 성장한 윤호영을 두고도 강 감독은 만족하기엔 이르단다. "주변에서 좋은 평가가 많지만, 포스트에서 1대1로 맞설 때의 적극성도 그렇고 외곽슛도 부족해요. 완성된 선수는 아닙니다. 팀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수비적인 부분이 아직도 부족해요."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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