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박목월
부엉이가 안경가게를 찾아 왔습니다.
-아저씨, 낮에도 보이는 안경 하나 맞춰 주세요
부수수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글쎄, 그런 안경이 있을지 모른다.
어디, 이걸 한번 써 봐.
안경집 아저씨가 새카만 선글라스를 부엉이에게 주었습니다.
-어라, 참 잘 보이네요. 아저씨 고마워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부엉이는 뒷짐을 진 채 배를 쑥 내밀며
어슬렁어슬렁 돌아갔습니다.
● 며칠 내린 눈 피해 이사를 갔나. 뒷산에서 나던 부엉이 울음소리 들리지 않네요. 한겨울, 얹혀 쌓인 눈 무게에 소나무 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저음의 부엉이 울음소리 듣던 유년의 긴긴 밤이 있었지요.
부엉이는 숫자를 셋까지 밖에 못 센다나요. 부엉이 곳간에서 산짐승을 가져오려면 크기에 관계없이 세 마리는 남겨둬야 부엉이가 새끼 데리고 딴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다고 했었지요. 부엉이는 새 중에 알을 가장 빨리 낳아 늦게 내린 눈 속에서 알을 품다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기도 했었지요.
안경집 아저씨는 맘도 밝네요. 밤을 새워 ‘부수수한 얼굴로’ 찾아온 부엉이 맘 금방 읽고 선글라스를 척 꺼내놓네요. 선글라스 끼면 정말 낮에도 보일까요. 부엉이 셈이란 말 사라지고 부엉이 셈 밝아지는 것은 아닐까요. 부엉이야, 낮에도 보인다고 낮일까지 욕심은 말아라.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