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인민당(PPP)이 주도하는 파키스탄 연립정부가 2일 제2당 MQM의 연정이탈 선언으로 붕괴위기에 처했다. 연정이 무너지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런 탓에 연초부터 날아든 파키스탄 악재에 미국이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미 언론은 이날 파키스탄 정치지형 변화가 몰고 올 영향을 분석하기에 분주했다. 미 정부로선 예정대로 아프간에서 올해 7월 철군을 개시해 2014년까지 완료하려면 파키스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여론을 이유로 미적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물 보따리를 들고 찾아가 공조를 요청하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이번 MQM의 연정이탈은 표면상 경제난과 여당의 실정 때문이다. 두 당은 구제금융을 이유로 증세를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력, 인플레이션, 부정부패를 놓고 대립해 왔다. 특히 MQM의 기반인 경제도시 카라치에서 민족간 유혈충돌로 올해 150명 이상이 희생되면서 관계가 크게 나빠졌다.
MQM이 야당에 가세하면 의석 분포상 여당 불신임이 가능하다. 여당은 전체 342석 가운데 160석을 차지해 MQM의 25이 없으면 과반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스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이날 "연정이 붕괴하진 않을 것"이라며 막후 협상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야권이 지나치게 분열돼 있어, 이들이 단합해 여당 불신임을 가결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MQM의 연정이탈은 정치적 지분을 늘리려는 책략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러나 비록 연정이 붕괴하지 않더라도 여당의 정치력이나, 대(對) 탈레반 대처, 아프간전 대미 공조 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현지 정치분석가인 나잠 세티는 "장차 우리는 야당 이권에 휘둘리는 매우 허약한 정부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번 사태로 취약해진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과 IMF, 그리고 야당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MQM의 선택에 따라 정치지형이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면서, 내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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