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한가로웠을 신년 첫 영업일. 그러나 신묘년 첫 날인 3일 주요 증권사 객장은 하루 종일 들뜬 분위기가 연출됐다. 코스피지수가 2,070선을 뚫고 사상최고치를 경신하자, ‘설마’하며 추이를 바라보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잇따라 문의해 온 것. 한국투자증권 윤기수 개포지점장은 “연말에 펀드에서 돈을 뺀 고객은 많이 후회했고, 새로 주식투자를 문의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A증권 관계자도 “2007년 펀드 열풍에 합류했다가 ‘된 서리’를 맞은 경험 때문에, 문의 전화를 준 고객 대부분이 아직은 주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금 들어가기엔 지수가 높아 보이고, 가만히 있자니 ‘더 오르면 어쩌나’하며 망설이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고민하는 투자자에게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고 권고했다. ‘비싸 보이지만 증시가 과열된 것은 아니므로,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전 고점인 2007년에는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합계가 65조원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100조원을 넘는 등 주가가 기업 실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으며,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논리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와 글로벌 유동성을 동력으로 1분기 내에 2,300~2,400까지는 오를 것으로 본다”며 “지금 들어가도 1분기에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투자정보팀장은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역대 증시 상승 탄력이 가장 좋았던 1999년, 2005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올해 시장이 전개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지수가 현재보다 10% 정도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소수 의견이지만,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과열된 것은 아니지만, 12월 중순 이후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랐다”며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4분기 실적발표 때 조정이 예상되며, 유럽의 재정위기 재연 가능성으로 단기 조정도 가능하므로 그 이후 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형주 중심으로 대응
‘어떤 종목이 많이 오를까’라는 질문에도 전문가들은 ‘달리는 말에 타라’는 말로 대신했다. 최근 증시가 정보기술(IT)과 은행주 등 대형주 위주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일단 기세가 오른 이들 종목이 더 오른다는 것. 지난해 증시를 주도한 외국인이 여전히 일부 대형주만 매매하고, 랩 어카운트(맞춤형 자산관리계좌) 열풍으로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은 투자자문사도 10~15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만큼 오르는 종목만 계속 오르는 차별화 장세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김 팀장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업황이 1분기에 바닥을 통과하는 등 IT업황 개선에 기대를 걸 수 있고, 중국 긴축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서면 자동차의 중국 모멘텀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이 센터장은 “지난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문제에 발목이 잡혔던 은행과 건설 업종은 현재 가격이 매우 싸기 때문에 상승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강 팀장은 “지금은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슬림화 할 때”라며 “성장주로는 에너지와 기계 업종, 가치주로는 반도체가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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