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워싱턴대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박사 출신의 카이스트(KAIST) 교수. 이 화려한 경력은 모두 가짜였다. 그는 가짜 경력으로 경영 관련 책도 여러 권 내고 라디오, TV에도 출연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박철)는 한국마케팅학술연구소장 전정봉(64)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전씨는 2006년 "카이스트 마케팅연구소 소속 교수인데 마케팅 전략을 세워주겠다"며 수협중앙회 전략마케팅 용역계약 담당 직원 A씨에게 접근했다. A씨는 전씨로부터 카이스트 연구동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17명의 상근 연구원과 10명의 보조 요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연구계획서를 받았다. A씨는 전씨와 선뜻 계약을 맺은 뒤 용역비로 8,900여만원을 지급했고, 이듬해 2월까지 전씨는 총 9,580여만원을 챙겼다.
전씨는 위조 학력과 교수 직함을 들고 철도인력개발원에도 접근했다. 개발원 측은 '1984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원, 1989~2007년 카이스트 교수'라는 전씨의 프로필을 믿고 강의료 90만원을 지급했다. 전씨는 또 모 인터넷교육업체와 연구용역을 체결하고 4,4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끝을 모르는 듯하던 전씨의 사기 행각은 꼬리가 길어지면서 카이스트에 발각됐고, 카이스트 측은 이씨를 고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전씨는 서울 소재 D대학 무역학과 출신으로, 한국마케팅학술연구소를 차리긴 했지만 사실상 1인 연구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카이스트 내 산학협력업체에서 일하다 교수 사칭으로 2001년 퇴출됐던 전씨의 가짜 학벌과 경력에 속아 한 방송은 그를 기업체 CEO 대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발탁하기까지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는 갖은 허위 학ㆍ경력을 바탕으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몇 권의 책도 출간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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