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포워드 이규섭(34ㆍ삼성)은 지난 2일 LG전서 벤치만 지켰다. 부상도 아니었다. 이규섭이 빠진 사이 역시 대표팀 멤버인 이승준은 29점으로 코트를 휘저었다. 이규섭 없는 삼성은 LG를 대파하고 2연승했다. 이전까지 삼성은 4연패로 허덕였다.
이규섭을 앉힌 건 안준호 삼성 감독의 '극약 처방'이었다. 대표팀 3인방 이정석-이규섭-이승준이 돌아온 뒤 LG전 전까지 5승8패로 오히려 무너졌던 삼성이다. '인사 적체'에 수술이 필요했고, 이규섭이 첫 번째 희생자가 됐다.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삼성-모비스전. 경기 전 안 감독은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를 거론했다. 핵심은 황영조의 금메달을 도운 김완기였다. "개인 스포츠인 마라톤에도 희생이 필요해요. 페이스 메이커 김완기가 경쟁자들의 힘을 빼놓았기에 황영조의 금메달이 있었어요. 팀 스포츠인 농구에서야 더 말할 필요가 없죠." 1992년 당시 황영조와 김완기는 코오롱 소속이었고, 안 감독은 코오롱 여자농구단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규섭은 모비스전서 1쿼터 3분여를 남기고서야 코트를 밟았다. 끈질긴 수비 리바운드에 이어 골밑슛을 넣은 이규섭은 3점슛까지 꽂았다. 3분여간 성적만 5점 1리바운드. 이규섭은 2쿼터서는 골밑의 나이젤 딕슨에게 결정적 패스를 배달하며 점수차를 11점으로 벌렸다.
4위 삼성은 결국 88-80으로 이겼다. 올시즌 홈경기 성적만 11승2패. 3연승으로 16승(11패)째를 올리면서 2위 그룹에도 2.5경기차로 접근했다.
10분26초를 뛴 이규섭은 5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경기를 마쳤고, 이규섭 덕에 필요할 때마다 체력을 아낀 이승준은 16점 9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창원에서는 전태풍(10점 8어시스트)이 이끌고 하승진(24점 6리바운드)이 폭발한 KCC가 LG를 95-78로 대파하고 원정 6연승을 달렸다. 14승13패가 된 KCC는 단독 5위로 올라섰고, 3연패의 LG(12승15패)는 7위에 머물렀다.
잠실실내체=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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