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4일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10월13일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지 83일 만이다.
이번 소환 조사는 공개 소환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간 언론 노출은 물론 외부 공식행사에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 회장이어서 의외라는 평가다. 실제 이 회장은 검찰의 공개소환 제의에 막판까지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9시49분께 서부지검에 출석해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비자금 조성과 청와대 로비, 유선방송사 내부 부당거래 등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안에서 성실히 답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으나 '이번 수사가 지난달 말에 있었던 종합편성채널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당황한 듯 잠시 망설이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15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후 5일 새벽 귀가 중 조사 심경을 묻는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고만 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서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한두 차례 더 부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차명주식과 채권, 부동산, 유선방송 채널 선정 사례비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ㆍ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태광화섬과 티시스, 티알엠 등 계열사의 주식을 부당 취득하고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 회원권을 그룹에 강매했다는 의혹도 추궁했다.
검찰은 아울러 이 회장 모친인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도 곧 소환할 방침이다. 이 상무는 그동안 건강을 이유로 검찰의 소환에 불응해 왔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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