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초부터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1945년 8월 사이 일본군의 성 위안을 위해 강제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속속 세상을 등지고 있다.
3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날 정윤홍(사진) 할머니가 삶을 마쳤다. 향년 90세. 지난해 11월 10일에는 1942년 싱가포르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한 이양근 할머니도 8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두 할머니를 포함, 지난해에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이 숨져 정부에 등록된 234명 중 생존자는 79명으로 줄었다.
정 할머니는 22세 때 중국으로 끌려가 3년간 위안부 생활을 한 뒤 해방 직전 임신한 몸으로 귀국해 경기 평택시에서 노점상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의 심각한 후유증으로 노인성 질환을 앓았다.
80세 이상 고령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나 법적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제하일본군위안부피해자에대한생활안정지원및기념사업등에관한법률’에 따라 정부 차원의 생활안정지원금, 의료지원, 간병비 지급 등이 이뤄질 뿐이다.
정대협은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결성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집회에서 “일본 정부는 잘못에 대한 철저한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로 법률을 만들어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갈수록 생존자가 줄어드는 상황이니 정부가 적극 나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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