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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개설서 '미국사 산책' 완간한 강준만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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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개설서 '미국사 산책' 완간한 강준만 교수 인터뷰

입력
2011.01.0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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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하나의 주제로 꿰뚫는 이른바 통섭형 글쓰기로 일가를 이룬 강준만(55)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저술 목록을 일일이 헤아리는 작업이 의미 없을 만큼 그의 쉼 없는 글쓰기는 독보적이다. 근년 들어 <한국현대사 산책> (2006ㆍ전18권) <한국근대사 산책> (2008ㆍ전10권) 등 대중적 역사 쓰기에 진력하고 있는 강 교수가 최근 미국사 개설서 <미국사 산책> (인물과사상사 발행)을 17권으로 완간했다. 지난해 3월 첫 5권을 펴낸 뒤 불과 8개월여 만에 시리즈를 끝낼 정도로 손 바람을 냈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여러 면에서 한국은 미국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다. 이 지구상에서 미국을 가장 빼박은 나라는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덩치로 봐선 한국을 '제2의 미국'이라고 하는 게 옳겠지만 한국의 역사가 훨씬 앞서니 미국을'제2의 한국'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미국과 한국의 친연성이 높다는 분석일 것이다. <미국사 산책> 은 이런 맥락에서 '한국 사회를 비추는 창'으로서 미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노작으로 평가받을 듯하다. 강 교수는 노엄 촘스키에서 니얼 퍼거슨까지 진보와 보수학자들의 자료를 두루 인용하고 있으며 친미나 반미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등 비교적 균형감 있게 미국의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강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_미국에 관한 책은 차고도 넘친다. 굳이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미국사를 쓴 이유는 무엇인가.

"역설 같지만 미국에 관한 책이 차고도 넘치기 때문에 이런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늘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미국에 많은 유학생과 연수생을 보내는 나라라면 미국학도 세계 1, 2위의 수준이 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17권도 모자란 것 같다. 미국사란 미국의 헤게모니로 인해 사실상의 세계사이기도 하니 그만한 가치가 있다."

_1권 머리말에 스스로 미국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고 썼다. 편향되지 않게 미국사를 평했다고 자부하는가.

"논란의 대상이 된 모든 사건에 대해 상호 상반되는 다양한 시각을 모두 소개하고자 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리얼리스트다. 리얼리스트는 미국의 장점은 물론 단점, 즉 명암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기술하되 도덕주의나 낭만주의로 빠지지 않는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다. 예컨대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문제를 미국의 문제라기보다는 강대국의 문제로 보자는 것이다."

_미국의 저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토의 축복, 선민의식, 아메리칸드림이다. 국토의 축복은 잘 거론 안 되지만 가용국토라는 점에서 보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가졌다. 끊임없이 이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산이다. 선민의식과 아메리칸드림은 진보적 시각에선 비판의 대상이지만 오늘의 미국을 만든 저력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만한 특성이라 하더라도 자신은 성공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자기최면을 걸고 꿈을 끊임없이 꾸는 사람이 크게 성공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볼 수 있지 않은가."

_미국이 한국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어느 나라를 롤모델로 삼느냐라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한국에 더 맞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진보 진영의 유러피안 드림이 인간적 삶에 적합한 모델인 것은 맞지만 그게 과연 한국에 맞는 모델일까. 미국을'제2의 한국'이라고 한 것도 그런 문제의식의 발로다. 한국과 미국은 압축성장 평등주의 물질주의 각개약진 승자독식 등 공유하는 점이 많다. 그런데 이는 한국이 미국을 모방했거나 미국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아 생긴 게 아니다. 가령 영어 광풍이 숭미 사대주의 때문인가. 한국 특유의 평등주의와 그에 따른 경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_반미를 지식인들의 알리바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풍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반미는 다분히 허구적인 것이다. 반미의 최선봉에 서더라도 자식만큼은 미국 유학을 보내거나 영어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 게 현실이다. 국내의 치열한 평등주의적 경쟁이 영어 광풍으로 나타나듯이 국내의 경쟁과 갈등이 반미로 표출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엘리트, 기득권 세력이 친미니까 구도 설정상 반미가 등장하는 면도 있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미면 어때'라는 말이 바로 그런 심정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노 대통령도 실제로는 정반대로 갔다."

_중국의 급부상 때문에 미국 쇠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쇠퇴론은 지난 30년간 지겨울 정도로 반복된 주제다. 반미주의자는 희망 사항으로, 미국의 우익은 미국인들에게 경고할 목적으로, 학자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해, 언론은 언론대로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 위해 미국 쇠퇴론 인플레가 일어난 게 아닐까."

_근황과 현재 집필 중인 작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

"2000년대사를 5권으로 내려고 한다. 그것을 끝내고 룸살롱의 역사 같은 문화사를 쓰고 싶다. 룸살롱을 통해 한국의 인맥, 접대 문화, 즉 한국 사회 작동 메커니즘의 진수를 소개하고 싶다. 처세술의 역사나 인맥의 역사도 써 보고 싶은 책이다. 24일에 출국해 내년 2월까지 미국 콜로라도대(덴버 캠퍼스) 교환교수로 간다. 아직 결정한 건 아니지만 재미동포의 역사를 쓰기 위한 자료 수집도 하려고 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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