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10일 비즈니스서밋 행사장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 앞에서 취재진을 만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짧지만 단호한 한마디를 남겼다. 1년여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무척이나 신중한 모습이었다.
박 회장이 경영일선을 떠난 것은 지난 2009년7월.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경영권 갈등 끝에 동생을 퇴진시킨 뒤 박 회장도 스스로 물러났다. 예상치 못한 경제위기로 인해 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오면서 힘들게 인수했던 대우건설의 재매각을 결정한 직후였다.
그가 물러난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을 밟게 됐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은 채권단의 지휘 아래 경영정상화 관리를 받게 되는 처지에 놓였다.
경영권이 없는 명예회장으로 1년3개월여를 보낸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가 강력한 조타수를 필요로 하던 지난해 11월1일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한달 여 동안 그는 옛 고객과 지인들에게 자신의 복귀를 알려나갔다. 11월11일에는 G20회의 참석차 방한한 응웬떤중 베트남 총리를 만났고, 12월초에는 뤄하오차이 중한우호협회장을 면담했다. 베트남은 아시아나항공이 한ㆍ베트남 수교 이전인 1993년부터 취항했고, 수도 호치민의 '랜드마크'격인 건물이 '금호아시아나플라자'일 정도로 금호아시아나에게 중요한 나라다. 중국 역시 박 회장이 한중우호협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인연이 깊고 금호아시아나의 각종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조용히 자신의 복귀를 알리던 박 회장은 지난 연말 대한통운을 매물로 내놓는 강수를 두면서 또 한번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한통운은 대우건설과 함께 힘겨운 인수전 끝에 인수한 보배와도 같은 계열사지만 박 회장은 그룹 전체의 경영정상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다.
박 회장의 새해 목표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박 회장은 채권단과 맺은 경영정상화 계획을 성실히 실행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을 조기에 정상화 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행히도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여객수요 증가와 화물운송 호조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빠른 속도로 정상화하고 있다.
그가 금호아시아나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을지, 재계가 2011년의 박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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