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 고객 가치, 적기 투자.'
구본무 LG 회장이 최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건넨 화두다. 2011년의 LG는 이 세 마디로 요약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 가지 중 가장 앞에 '미래 준비'를 둔 것에서 2011년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각 계열사 CEO와 2001년 사업 계획 및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래 준비에 대한 속도를 높이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CEO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 중장기 미래에 대한 준비해 소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2011년 공격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LG는 이미 올해 21조원의 창사 이래 최대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LG의 연간 투자액이 20조원을 넘는 것은 처음이다. LG는 이에 앞서 지난해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가 실제론 이보다 25.3%나 늘어난 18조8,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과감한 선행투자를 통해 주력 사업의 가치를 높이고, 신성장 동력 육성을 가속화해 '글로벌 마켓리더'로 도약하겠다는 구 회장의 전략인 셈이다.
구체적인 투자 내용들도 모두 '미래 준비'와 직접 연관된 것이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LCD 라인과 중소형 LCD 라인을 함께 증설하고, LG전자가 태양전지 분야와 LED조명 생산 라인 등을 늘리기로 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LG화학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확대 및 LCD용 유리기판 파주공장 건설 등에 자금을 붓는다. 또 LG하우시스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에너지 절감형 유리인 로이(Low-E) 유리 공장 건설 등에, LG생명과학은 충북 오송에 전문의약품 설비공장 건설 등에 투자한다. LG유플러스는 4세대 이동통신과 와이파이 및 스마트그리드 등 유·무선네트워크 고도화 설비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두번째 화두인 '고객 가치'는 사실 평소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항상 "고객에게 혁신적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세계 시장에서 한발 앞서 개발해 시장을 선점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구 회장은 또 고객가치 혁신은 품질, 납기, 고객사용경험 등 가장 기본적인 절대 가치에 소홀함이 없도록 기본을 충실하게 다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는 특히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스마트폰, 스마트TV,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고객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선도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구 회장의 당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 올해 LG의 연구ㆍ개발(R&D) 투자다. 실제로 올해 총 투자액 21조원 가운데 4조7,000억원이 원천기술 개발 및 혁신 기술확보 등을 위한 R&D 투자다. LG가 4조원이 넘는 R&D 투자를 하는 것도 처음이다.
구체적으로는 LG전자가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 및 프리미엄 디자인 개발 등에, LG디스플레이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ㆍ전자종이 등 차세대 기술 개발 등에, LG이노텍이 고효율 LED 조명 개발 등에 주력한다.
또 LG생명과학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R&D에, LG유플러스가 와이파이와 이동통신망을 연계해 휴대폰이나 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스마트TV와 모바일 광고 플랫폼 서비스 개발에 R&D투자를 주력한다.
특히 LG CNS가 모바일서비스, 스마트그린시티, 스마트 교통, 스마트그리드, 리빙 에코(Living Eco) 등 정보기술(IT)을 이종 산업과 융합해 지능화하고 공간 제약을 없애는 컨버전스분야의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구 회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적기 투자'는 이미 LG가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키로 발표하며 구현되고 있다. 그는 나아가 이러한 사업을 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우수 인재의 확보 및 육성 등에 각 사 CEO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LG가 올해 적기 투자를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고객 가치를 얼마나 혁신시킬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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