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대화 추진과 군사적 긴장 유지라는 강온 양면 전략을 그대로 보여줬다. 신년사설에서 남북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도 ‘무자비한 섬멸전’ ‘멸적의 투지’ 등의 강경한 메시지도 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남북대화 의지 표명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해 신년사설에서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해 북미 적대관계 종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올해 사설에서는 미국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대화를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무력 충돌에 따른 남북간 긴장을 완화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과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대내외적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정권 차원의 절박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부적으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의 주변국들이 남북 대화와 관계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ㆍ통일부 업무보고를 받고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한 화답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신년사설에서 “이 땅에 전쟁의 불집이 터지면 핵 참화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 “인민군대 정의의 대응 방식은 즉시적이고도 무자비한 섬멸전이다” 등의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것에도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12월31일 마지막 날 자신의 선군혁명 영도를 상징하는 탱크부대를 시찰하고 군사훈련을 참관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이 같은 메시지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북대화 추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신년공동사설 분석’이라는 자료를 통해 “북측은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 사업 등을 언급하면서 대화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그러나 “북측은 남북관계 악화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면서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하는 한편 남남갈등 조장을 위한 선전ㆍ선동에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통일부는 경제 문제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 분야를 신년사 제목으로 제시한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라면서도 “새로운 경제 정책 비전 없이 보수적 정책을 견지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이어 “정치사상∙군사 강국에 이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경주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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