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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한 우물을 파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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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한 우물을 파더라도

입력
2011.01.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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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철이 되면 이공계 진학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어떤 학과가 좋을 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의 경우 질문 의도는 어느 분야를 전공해야 취업도 잘되고 평생 돈벌이 걱정을 안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답하기가 정말 어렵다. 본인의 적성이나 희망이 우선이라거나, 미래 유망 분야로 어떤 분야들이 거론되고 있다거나, 인력수급상 공급이 모자랄 것으로 예측되는 대표적 분야는 어떤 분야라는 식의 교과서적 답변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 분야의 기술개발이 가치 창출과 시장 성숙으로 연결되어 취업이 잘 될지, 얼마나 오래 갈지, 그게 전망보다 앞당겨질지 미뤄질지 모르는 일이다.

대신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말하는 게 있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 앞으로 이공계에서 유능한 사람이 되고 또 오래 생존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은 '소통 능력'과 '주위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다.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이 있다. 실험실에서 두문불출하며 혼자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나 한가지 기술을 고집하는 기술자를 표상으로 삼던 시대도 있다. 그러나 독불장군의 시대는 끝났다. 물을 얻기 위해 우물을 파는 것이라면, 옆 동네의 중장비를 빌려 빨리 팔 수도 있겠고, 두레박 대신 양수기를 달아 편리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샘터 공원으로 근사하게 꾸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만들 수도 있다. 내가 먼저 삽으로 우물을 파기 시작했고, 삽질하는 요령도 많이 늘었으니 끝까지 혼자 파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옆에 우물을 파겠다는 경쟁자가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모든 기술예측 보고서가 일관되게 전망하듯 미래는 융합기술의 시대이다. 작게는 세부기술의 융합, 나노기술(NT)이나 정보통신기술(IT)을 결합하여 바이오 의료 환경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 간의 융합에서 나아가 과학기술을 인문학이나 예술 스포츠 교육 문화 분야에 적용하여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는 융합기술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런 기술의 파급효과는 무궁무진하다. 또한 융합기술은 IT 기술과 NT기반 기술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정책적으로 투자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신기술을 적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가치 창출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여러 분야의 정보와 기술이 모여야 가치 창출이 가능한 융합기술 시대에 혼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당연히 여러 사람과 협력하여 일해야만 한다. 앞으로는 내가 가진 지식의 양보다는, 내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고 상대방 의사를 올바로 이해,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습득할 수 있는 소통과 협력 능력이 더 중요한 소양이 될 것이다.

융합기술 시대의 과학 기술은 더 이상 독립적 분야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이고 문화이다. 이 시대에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새로운 과학원리를 발견하는 것처럼 거창한 것만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조금 더 편리한 것, 건강에 좋은 것, 환경에 좋은 것, 재미 있는 것 등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를 알아차려 과학기술과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내 전공 분야나 과학기술 외에 사회 경제 문화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기의사 표현이 명확하고 스마트폰 등 IT 기술을 이용한 의사 소통에 능한 우리 청소년들이 융합기술로 이루어 낼 우리나라의 희망 찬 미래를 기대한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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