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토끼해는 국가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자. 한국은 그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와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이 기적의 성과는 주로 경제적인 성장에 국한된다. 이제는 성장의 기적에 이어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기적이 필요하다. '공정'이란 단어가 작년의 화두가 되고 공정거래를 이끌어 갈 동반성장 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이러한 사회적 욕구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사회 통합은 선진국 필수요건
서울대 이재열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현재 한국은 1960, 70년대에 비하여 사회의 투명성은 높아졌으나 신뢰도는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사회적 투명성이 높으며, 특히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는 사회적 신뢰도 또한 매우 높다. 북구 국가들은 국가가 나서서 통합을 이룩했고, 영미 국가는 기업이 주도가 되어 통합을 이뤘다. 통합의 방법론은 국가의 DNA에 따라 반드시 같을 이유는 없으나, 사회통합 없는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한국은 상대적 빈곤, 자영업자, 공교육비, 사교육비, 주거비, 공적지출 등 대부분의 사회통합 지표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에서 최하위권이다.
사회통합 지수가 낮은 국가가 선진국에 진입한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 중심의 선진국 진입 전략은 이제 한계에 왔음을 재확인한다. 사회통합 문제 중 한국에 가장 시급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문제를 우선 살펴보자.
국가발전 초기에는 부동산 공장 등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이 소중하나, 선진국 진입에 절대적인 제도의 경쟁력에는 신뢰라는 무형의 사회적 자산이 더욱 소중해진다.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국가만이 효율적인 제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신뢰라는 사회적 가치는 만들기는 어려우나 깨뜨리기는 너무나 쉽다. 그래서 신뢰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선진국에서는 엄단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일보다 더 나쁜 것은 신뢰를 손상시키는 행위, 즉 거짓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도 거짓에 있다. 이를테면'아니면 말고'식의 결과지상주의를 배제하는 사회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한 이유일 것이다. 잘못된 것보다 잘못을 감추는 것을 엄단해야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는 단순한 정적인 분배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역사의 실험에서 결과의 평등에 기반을 둔 분배 우선의 포퓰리즘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의 포퓰리즘적 정책의 최종 피해자는 바로 국민 전체라는 것은 현명한 국민이라면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국가의 성장을 견인하는 기업가 정신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사회통합을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은 정적인 분배가 아니라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동적인 선순환 시스템에 있다고 본다.
나눌 수록 커지는 행복
성공한 노블리스 집단이 오블리주를 실행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선순환 시스템의 중심에 있다. 이재열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블리스 지수와 오블리주 지수는 대체로 반비례한다. 영향력이 클수록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왜곡된 사회구조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선순환은 바로 경제적 가치과 사회적 가치의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 노블리스 그룹이 나눔을 베풀고, 국민이 이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조사를 보면 덴마크나 인도네시아보다 한국민의 경제 집착이 6배 이상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삶의 가치와 행복에서 돈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면 선순환은 사라진다. 돈은 공유되지 않는다. 반면 사회적 가치, 행복은 공유가 된다.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 사회적 자본이다. 새해에는 가진 자는 나눔으로 행복해지고 받은 자는 존중하여 행복해지자!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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