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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큰고니에게서 시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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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큰고니에게서 시를 얻다

입력
2011.01.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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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주남저수지에 철새 보러갔다. 추운 날씨라 주남지에는 예년에 비해 철새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망원경으로 철새를 살펴보다 천연기념물 201호인 고니와 큰고니가 10여 마리 보였다. 낙동강 하구에는 3,000마리의 큰고니 떼가 날아왔다는데 아쉬웠다.

철새 보러 온 김에 고니를 관찰하기로 했다. 나는 고니에 대한 시 한 편 쓰지 못했다. 그건 내가 고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관광객용 망원경으로는 자세한 관찰은 힘들었지만 부리는 노랗고 노란 부리 끝에 검은색이 보였다. 몸이 흰색인지 회색인지는 단정 짓기 어려웠다.

그때 큰고니 한 마리가 다른 무리로 걸어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두껍게 언 얼음 위를 날지 않고 뒤뚱거리며 천천히 걸어서 갔다. 얼음 위라 추울 것인데, 큰고니 들으면 웃을 걱정을 하다 한 생각 떠올랐다. 시인에게 생각은 깨달음이 아니라 시를 얻었다는 말이다. 어느 핸가 낙동강 하구에서 큰고니가 나는 모습을 보았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 같았다. 몸무게가 최고 20㎏이나 나간다는 큰고니는 가벼운 날개로 한 번 날기 위해서는 체력소모가 크다고 들었다. 내 망원경에 잡힌 저 큰고니도 가까운 거리라 날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걸어 다녀도 될 길도 승용차를 고집하는 우리를 가르치는 것 같았다. 새해에 휘발유 1리터에 2,000원이 넘을 것이라 한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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