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까, 중국일까, 아니면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 시대 일까.
새롭게 시작된 10년, 세계경제에 새로운 권력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권좌를 향한 소리 없는 전쟁은 더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뉴밀레니엄의 첫 10년(2001~2010)을 거치면서, 경제지형은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전통의 패권국들은 대형 위기를 거치면서, 더 이상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가 아닌 짐이 되어버린 상태. 대신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신흥국들이 부상했고. 그 중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자웅을 겨룰 만큼 실질적 파워로 자리매김했다.
과연 10년 후, 글로벌 챔피온의 타이틀은 누가 거머쥐고 있을까. 신년을 맞아 한국일보가 21명의 경제ㆍ통상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20년 세계경제 지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3%(9명)가 'G2(미중 양강)의 시대'를 점쳤고, 33%(7명)는 미국 중국 유럽(EU) 등이 군웅할거하는 다극 체제를 예상했다. 미국 패권이 지속될 것이란 응답(24%ㆍ5명)도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미국의 힘은 지금보다 약화될 것으로 봤다. 결국 ▦미국의 독점적 패권시대는 끝났으며 ▦중국의 무서운 질주는 계속될 것이고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협력과 갈등이 어지럽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향후 10년을 보는 전문가들의 종합적 진단이었다. 다만,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될 것이란 견해(95%)가 압도적이었다.
향후 10년을 장식할 세계경제의 핵심 키워드로는 ▦중국 ▦자원ㆍ에너지 ▦불균형 ▦재정난 등이 꼽혔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은 "중국 등 신흥국들의 부상과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 등으로 자산 인플레, 자원 전쟁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재정위기 극복여부나 선진국과 신흥국 간 불균형 해소가 향후 10년의 세계경제 흐름을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글로벌 권력지도의 재편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도전이다. 활용 여하에 따라 기회도, 재앙도 될 수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지난 10년간 미국 유럽 심지어 아일랜드나 두바이 같은 '모범국가'들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선진국 경제정책이나 모델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새로운 10년의 성공은 한국형 성장모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확대될수록 우리도 함께 파이를 나눠먹을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환경의 급변 외에도,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고용구조, 산업환경, 금융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과거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 10년을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서는 한국경제의 앞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본보는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새로운 10년 한국경제가 직면하게 될 5가지 도전들을 선정했다. 글로벌 경제패권의 향방 외에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고령화 ▦위기의 주범인 부채(버블) ▦반도체 이후 신성장동력 ▦예측불허의 북한(통일) 리스크. 과연 이 도전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시리즈를 통해 심층 진단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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