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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새로운 10년, 새로운 도전] (1) 글로벌 패권지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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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새로운 10년, 새로운 도전] (1) 글로벌 패권지도가 바뀐다

입력
2011.01.0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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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주도권 유지냐…G2체제 공고화냐…다극화 시대냐 갈림길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됐던 10년 전, 중국이 일본 경제를 추월하는 건 요원해 보였다. 당시 중국의 경제규모는 일본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2020년까지 중국이 일본을 따라잡는다"(2004년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는 예측이 나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건 그 보다 훨씬 빠른 2010년이었다.

다시 맞게 된 새로운 10년. 우리는 더 깜짝 놀랄만한 패권 이동의 역사적 장면을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의 진단을 토대로 2020년 글로벌 경제패권의 향배를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예상해 봤다.

#1 美 슈퍼파워 재발견

신성장동력 창출 등 재가속…中 추격 한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은 상당 기간 지속됐다. 충격에서 헤어나는 데만 5, 6년. 이 기간 의료보험개혁,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대수술이 진행됐다. 2013년엔 부자감세도 중단됐다. 텅텅 비어만가던 나라 곳간은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부동산 문제도 서서히 실마리를 찾아갔다.

새로운 10년의 반환점을 통과한 2015년, 미국 경제는 다시 유일 패권으로서의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추격이 매섭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의 적수는 아니었다. 여전히 폐쇄적인 정치제도, 현실화되는 국가 주도 고도성장의 후유증, 하나 둘 드러나는 숨겨진 부실 등 중국경제는 성장의 병목구간에 진입하면서 추가 도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내고 또 다른 산업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다시 미국의 몫이었다. 세계의 기축통화 달러의 위상도 여전히 공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년1월1일자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미국 패권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앞으로 10년 뒤에도 각국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슈퍼 파워는 상당기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생각

"중국의 경제규모가 확대되더라도 기술력이나 영향력 면에서 미국을 앞지르기는 한계가 있다."(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신흥국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겠지만 미국을 압도할만한 경제가 되기는 쉽지 않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신흥국 지위를 벗어나기는 힘들다."(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향후 10년 내 미국의 주도권이 쉽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G 1.5 정도가 아닐까."(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2 차이나 '최전성 시대'

소비시장 규모 美日 추월… 힘의 균형 쏠려

뉴밀레니엄 첫 10년이 그랬듯, 새로운 10년도 중국의 시대였다. 두 자릿수 성장까지는 아니지만, 연 평균 8%가 넘는 고성장 가도가 이어졌다. 불과 10년 전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던 경제 규모는 2020년 드디어 미국을 넘어섰다. 프랑스(2005년) 영국(2006년) 독일(2007년) 그리고 일본(2010년)을 차례로 제치더니, 결국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의 성장을 주도한 건 더 이상 수출만이 아니었다. 소비시장 규모가 2015년 일본을 넘어섰고, 다시 2020년에는 미국까지 앞질렀다. '세계의 공장'을 넘어'세계의 시장'으로도 입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글로벌 경제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인위적 조작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위안화는 달러화를 위협하는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했고, 중국의 국가주도 성장모델은 '베이징 컨센서스'로 불리며 후발 개발도상국들의 역할 모델이 됐다. 넘쳐나는 중국자본은 세계 주요기업을 사냥(M&A)했고, 동남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저성장국가엔 '원조 세례'가 이어졌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고성장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 도농ㆍ빈부격차 문제에 시달려야 했고, 자산 거품 붕괴 위협도 컸다. 하지만 때마다 중국당국은 적절한 긴축 정책을 폈고 결국 연착륙에 성공했다. 서방 선진국의 영향력도 여전했지만, 현실적인 힘의 균형은 급속히 중국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냉전시대 미국ㆍ소련의 양극체제에 버금가는 미국ㆍ중국의 경제적 양극체제가 공고해진 것이다.

◆ 전문가들의 생각

"향후 5년까지는 미국의 우위가 유지되겠지만, 10년 뒤라면 확고한 G2체제로 갈 것이다."(윤석헌 숭실대 교수)

"중국의 경제력 뿐 아니라 외교ㆍ정치적 영향력도 더 확대될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도 서방국가 일방 주도에서 벗어날 것이다."(오문석 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중국의 위상은 현재보다 한 단계 격상되면서, 미ㆍ중이 대등한 위치를 갖게 될 것이다."(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코리아리서치센터장)

#3 美中뿐? 우리도 있다

인도·브라질 등 부상… 서방 선진국들과 '어깨'

아시아는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니다. 중국은 더 강해진 파워를 과시하고, 인도의 잠재력도 본격적으로 불을 뿜는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성장세도 눈 부시다. 수십 년간 아시아를 이끌어온 일본 경제는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지만, 그 빈자리는 한국이 메워간다.

아시아만이 아니다. 자원 강국 브라질을 중심으로 하는 남미도 당당히 세계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소외된 대륙 아프리카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필두로 서서히 기지개를 편다.

그렇다 해도 중국이나 인도가, 혹은 브라질이 과거 미국의 슈퍼 파워를 대신하기엔 한계가 있다. 규모에 걸맞은 경험과 지식, 문화, 그리고 리더십이 부족하다. 어쩌면 마지막 몸부림일 수도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은 약화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경제에 중요한 축을 형성한다.

세계경제는 더 이상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지역에 의해 압도되지 않는다. 서로간의 견제와 협력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 하지만 역사적으로 절대 패권 없는 다극체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뉴밀레니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 전문가들의 생각

"미국 혼자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 점점 새로운 세력들이 등장하면서 진정한 다극화로 갈 것이다."(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전통 서방사회, 잊혀진 대륙 아시아, 떠오르는 대륙 남미 등이 축을 형성하면서 다극화가 구체화할 것이다."(이준규 기획재정부 대외경제자문관)

"미국과 유럽은 현상 유지를 하고, 중국과 인도 및 브라질 등이 부상하면서 경쟁이 가열될 것이다."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 팍스 브리태니카→ 팍스 아메리카나 → 팍스 시니카?

1900년대 초반, 근 한 세기 넘게 패권을 유지해 온 영국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미국.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더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게 됐다. 특히 1944년 미국 북동부 브레튼우즈에서 체결된 협정은 미국 달러화에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부여하는, 또 미국의 새로운 패권 탄생을 승인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패권은 앞선 로마, 영국을 능가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을 책임졌고, 전 세계 상품이란 상품은 세계의 소비시장 미국으로 몰렸다. 월스트리트가 만들어 낸 권력은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했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물론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도 있었다. 1980년대 일본은 막대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팍스 재패니카(Pax Japanica)' 시대를 꿈꿨지만, 미국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1985년 일본 엔화 가치를 2배 가량 절상시키는 '플라자 합의'에 굴복해야 했고, 꿈에 젖어있던 '버블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하며 혹독한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다.

마지막 '파워 시프트'가 이뤄진 지 70여년. 여전히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강도는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영국을 대신했을 때처럼 '세계의 공장' 자리는 이미 중국에게 내줬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도 흠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질서,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의 도래가 됐든, 또 다른 형태가 됐든 역사적인 패권 이동의 시기가 점점 가까워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한국의 고민과 선택

21세기 두 번째 10년, 한국으로선 선진국 진입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내야 할 시점. 하필 이때 미국과 중국 간에 치열한 경제패권 쟁탈전이 펼쳐진다. G2의 글로벌 경제패권 구도는 한국경제 사활의 최대 대외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없다

앞으로 10년은 한국이 '선진국행 사다리'를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 선진국 클럽에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느냐, 아니면 문턱에서 주저앉느냐가 결판난다. 옷을 갈아 입으며 뛰어가야 할 판이다. 추격과 동시에, 지속성장을 위한 경제시스템 재편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마지막 10년'이라 하는 이유는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그리고 선진국 수준으로 하향 수렴하는 경제 성장률 때문이다. 인구는 2018년 4,934만명에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일본의 선례에서 보듯, 고령화와 경제선진화를 함께 끌고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추격 속도도 갈수록 더뎌질 전망. 1970년대 평균 9.05%, 80년대 9.76%였던 실질 성장률은 90년대 6.63%, 2000년 첫 10년 동안에는 4.14%로 급격히 감소해 왔다. 잠재성장률로 일컬어지는 4%도 사실 대내외 상황이 좋을 때나 달성할 수 있는 사실상의 최대치다.

용중(用中) 전략

전문가들은 한국이 현재 추격 속도를 유지하며 10년 안에 선진국 진입을 달성하려면, '질주하는 중국의 등에 올라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용중(用中) 전략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고래등(중국)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향후 10년 안에 집중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미래 지식기반산업을 빨리 선점해, 중국이 한국에서 기술과 지식을 사가도록 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벤츠에서 자동차 엔진을 사오고, 퀄컴에 CDMA 로열티를 바쳤던 것처럼, 중국의 성장이 우리 이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첨단 분야로 산업 재편을 추진 중인 중국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가 바로 그린ㆍ바이오 산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 ▦풍력 ▦태양광 ▦전기자동차 ▦바이오ㆍ제약 4개 분야에서 중국이 곧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바로 이 분야에서 우리가 선제적 기술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의 불일치

안보의 최대 파트너(미국)와 경제의 최대 협력자(중국)가 일치하지 않는 환경은 한국이 설 자리를 더 좁게 만드는 요인이다. G2시대는 냉전시대 양극체제와 달리 한국에 항상 '고뇌에 찬 선택'을 요구할 전망이다.

주요20개국(G20) 서울 회의를 기점으로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환율 갈등도 마찬가지. 섣불리 싸움에 휘말렸다간 경제나 안보 중 한 가지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 천안함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났듯, 앞으로도 중국은 결정적 순간에 한국의 국익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낼 개연성이 높다. 미국도 동맹을 이유로 더 자주 경제적 이익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을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존'하게 된다면, 과거 대미관계처럼 '중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독감에 걸리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과 같이 커 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향후 중국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그 충격이 고스란히 한국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FTA 전략은

2020년 한국의 자리를 결정할 또 다른 변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먼저 한미 FTA.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계 최대시장으로 가는 통로의 문턱을 없앤 것이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중 FTA다. 전문가들은 "파급력 면에서 한미 FTA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올해 안에 중국과 FTA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 한중 FTA를 체결하면, 일단 G2를 연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선점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두 마리 호랑이가 집 안을 돌아다니도록 앞뒷문을 모두 열어 두는 것은 커다란 모험일 수밖에 없다. 한미 FTA로 농업이 위기를 맞는 동시에, 한중 FTA로 제조업 기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두 FTA 중 하나만 실패해도 그 폐해는 되돌릴 수 없다. 한중 FTA는 향후 10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한국경제의 좌표를 결정하게 될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가치절하·보유비용·자본이동 제한

기축통화의 위력은 막강하다. 미국이 막대한 쌍둥이 적자(재정ㆍ경상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버텨낼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달러의 힘. 세계의 은행을 자처하며 마구 달러를 찍어내 적자를 메울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부메랑이 돼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위협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과연 새로운 10년 동안 중국 위안화가 새로운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능가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위안화가 기축통화 자리를 꿰차기에는 10년의 시간은 너무 짧아 보인다. 가장 큰 제약은 환율 체제. 미국의 줄기찬 절상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상당히 더딘 속도로 위안화 절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 조작국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는 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는 것도 중대 장애물이다. 위안화를 사고파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면, 세계각국과 기업, 금융기관들이 위안화를 보유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국채시장을 활성화해 위안화 보유 비용도 줄여야 한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국가들이 달러를 현금이 아니라 미국 국채 형태로 보유하는 것은 물가상승 위험을 회피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채권 시장을 관리할 능력을 갖추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위안화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경제 규모, 외환보유액, 금보유량 등을 감안할 때 위안화의 신인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 당장 10년 내는 아니라도 차츰 달러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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