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에서 2인자로 부상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개활동을 35차례 수행하는 등 후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유고 가능성과 엘리트 내부 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상존한다.
김정은이 맡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원래 없던 자리다. 김정은이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배려해준 것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군부 일선사령관을 중앙군사위에 ‘세습 전위대’로 포진시켰다.
이 같은 ‘안전 장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제대로 군부를 장악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장기간의 준비와 기다림 끝에 권력을 이어받은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곁가지’를 쳐내고 ‘속성 승계’를 하는 과정에서 군부와 후견 세력간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선군(先軍) 정치로 팽창한 군부가 김정은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 권력엘리트 대다수가 김정일 부자와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에 쿠데타 가능성은 적다. .
김정일의 수명도 관건이 될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김 위원장이 퇴장할 경우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최근 왼팔을 다시 사용하는 등 뇌졸중 후유증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최근 포럼에서 “김정은이 지도자로 성장할 동안 김 위원장이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라며 “김정일 사후 6개월 내에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면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은 2일 “김정은이 김정일 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20주년(12월24일)이 되는 올 연말쯤 ‘원수’ 칭호를 부여 받으면서 최고사령관에 추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권력세습 2대와 3대는 권력장악 수순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김 위원장이 ‘당(黨)부터’ 라면 김정은은 ‘군(軍)부터’ 라고 할 수 있다. 군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김정은으로선 ‘선군’ 정치’에서 급회전을 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공언한 상태에서 경제 회생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지하자원을 대가로 중국에 투자를 요구하는 등 대외 경협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급격한 개혁개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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