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양호 한진 회장에게 시작은 그리 좋지 못했다. 2009년 말 채권단과 체결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으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경제위기로 인한 여객 및 화물 수요 급감으로 바닥권으로 추락한 대한항공의 실적 회복이라는 중차대한 숙제도 떠안고 있었다.
하지만 근심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경제위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항공업이 폭발적인 호황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이 무려 9,304억원에 달했다. 4분기에도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예상돼 2010년 연간 영업이익은 1조2,0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1년 전망도 밝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에 대해 진단하면서 2011년에도 사상 최대 실적 갱신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대한항공의 지속적 실적호조세를 점치면서 잇따라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 회장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1년 '글로벌 리딩 물류기업'으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기업체질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해 내실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노력을 계속하고 핵심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저수익성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조기에 벗어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물류기업의 특성상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를 사전에 인지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밝혔다. 글로벌 물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항공ㆍ해운ㆍ물류 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조 회장에게는 2011년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에어버스의 초대형 항공기 A380이 드디어 대한항공의 간판을 달고 운항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구름 위의 특급호텔'로 불리는 A380은 2층 구조로 돼 있으며 한번 비행에 500~8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5대, 2014년까지 모두 10대의 A380을 도입할 예정이다. 차세대 최신형 항공기로 세대교체를 함으로써 명품항공사의 자리를 더욱 돈독히 다지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물론, 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7월로 예정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때 평창의 이름이 불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이래 저래 2011년은 조 회장에게 무척이나 바쁘고 보람 있는 한 해가 될 듯 하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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