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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로운 10년 열어라/ 하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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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로운 10년 열어라/ 하나금융

입력
2011.01.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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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역전 만루홈런'을 쳤다. 세간의 관심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한껏 쏠린 사이, 아무도 모르는 새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금융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외환은행 인수가 당국의 최종 인가를 받으면 이른바 '빅4' 중에서도 다른 세 금융지주에 비해 덩치가 한참 작았던 하나금융그룹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빅3'로 도약하게 된다.

2011년은 이런 김 회장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미 연임을 한 회장직 임기가 올해 3월이면 만료되기 때문. 지난해 라응찬 회장의 4연임 후 신한금융 경영진 내분 사태가 벌어지자, 김 회장의 3연임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지분이 분산돼 있어 뚜렷한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전문경영인이 장기 집권해 왔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지배구조는 신한금융과 비교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이뤄낸 후, 김 회장의 3연임 도전은 확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론스타와 MOU를 맺은 지 얼마 안 돼 바로 본계약을 맺는 등 '속전속결'로 진행한 것도 연임을 앞두고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만약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김 회장은 '외환은행과의 물리적ㆍ화학적 통합'이라는 더 어려운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외환은행 쪽에서는 공개적으로 반대 투쟁에 들어간 노동조합뿐 아니라 현직 부행장과 지점장까지 모두 나서 하나금융으로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외환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하나은행보다 30% 가량 많다. 또 업무 강도와 조직 분위기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김 회장이 상당기간 두 은행을 독립법인으로 두는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금융이나 외국환 업무 등에서의 영업력을 인정해 하나금융그룹 산하에 2개의 은행 체제를 유지하고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더블 뱅크, 더블 브랜드' 체제의 효율적 운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의 미즈호와 미쓰비시은행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2000년 다이이치간교은행(DKB)과 후지은행, 니혼고쿄은행 등 3개 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거대 금융그룹이다. 이들 세 은행은 미즈호라는 공통된 이름을 사용하고, 각 법인에 기업사업부와 가계사업부 등의 명칭을 부여해 마치 한 은행의 다른 부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법인별로 독립 경영을 펼치고 있다.

또따른 연구 대상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2005년 도쿄-미쓰비시은행과 UFJ은행이 합병해 설립됐는데, 이에 앞선 1996년 도쿄은행과 미쓰비시은행의 인수ㆍ합병(M&A)이 현재의 외환과 하나금융 M&A 사례와 비슷하다. 당시 미쓰비시은행은 일본의 대표적 기업집단인 미쓰비시그룹 소속의 상업은행이었고, 도쿄은행은 일본의 유일한 외국환 전문은행이었다. 합병 당시 도쿄은행이 미쓰비시은행의 존속은행이 됐으나, 두 은행은 대등합병을 원칙으로 합쳤다.

어떤 형태이든 수년에 걸쳐 두 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한 그룹 내에서 통합을 이루는 것이 하나금융그룹과 김 회장의 1차 목표인 셈.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반을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까지 확보하여 세계 50대 금융그룹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양적 경쟁은 지양하고 상품과 서비스 품질로 승부하는 질적 경쟁을 통해 국내 금융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해외 부문에서는 국내기업의 현지법인을 거래처로 하는 기업금융이 아니라, 현지에서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소매 영업을 하는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식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이런 전략을 토대로 해외 영업 자산 비중을 현재 5.4%에서 이른 시일 내에 2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해외 영업에 있어서는 외환은행이 좀더 강점을 가진 것으로 인정 받는 만큼, 하나금융의 미래는 두 은행이 화학적 결합에 성공해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려 있는 셈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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