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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에서 샤갈까지/ 기고 - 시공간 뛰어넘는 샤갈 '사랑의 상상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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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에서 샤갈까지/ 기고 - 시공간 뛰어넘는 샤갈 '사랑의 상상력' 확인

입력
2011.01.0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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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전이 열리고 있다. 엄청난 숫자의 시민들이 매서운 찬바람 속에서도 이곳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미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상에까지 스며들어 생활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와 체계화한 동선,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질서 의식에서 이제 한국에서도 미술전람회가 본격적 문화 마케팅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전시 내용에서도 제작 시기별로 모아진 대형 작품들이 많아 샤갈의 전체 작품 세계를 한눈에 가늠케 했다. 특히 ‘유태인예술극장 장식화’ ‘도시 위에서’ ‘비테프크스 위에서’ ‘산책’ 등의 작품 앞에서는 오랫동안 머물며 눈길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유태인예술극장 장식화’는 모스크바에 있던 유대인극장 내부 장식화인데 당시 제작되었던 7점이 모두 전시되고 있어 작품 앞에서 특히 많은 시간을 보냈다.

샤갈이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것은 2004년 같은 곳에서 있었던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부터였다. 그 전시를 통해 샤갈을 소개하는 글이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샤갈전은 국내 최고의 관람자 수를 기록하면서 대형 미술기획전시의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미술사 측면에서 보면 샤갈을 대개 초현실주의 작가로 평가하고 있는데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현실과 꿈같은 비현실의 세계를 한 화면 속에 뒤섞어 신비감과 상상력을 확장시켜 주는 새로운 작품 세계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상적 색채의 사용, 전통적 원근법에서 벗어난 표현, 비례를 무시한 구도와 공간 구성을 보여 준 것도 그가 초현실주의 작가가 분류되는 이유다. 그는 작품 제작 폭이 넓은 작가로도 평가받고 있다. 회화뿐 아니라 판화 벽화 도예 조각 스테인글라스 모자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작품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샤갈의 대부분 작품들이 사랑을 바탕으로 표현돼 있다는 점이다. 샤갈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소재들을 보면 농부 연인 광대 소 양 닭 물고기 천사 꽃 시계 종교 등이다. 이 같은 소재들을 통해 고향과 가족에 대한 사랑, 연인들 간의 사랑, 종교가 바탕이 된 인류애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을 그의 상상력을 통해 무중력 상태의 몽환적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전체 작품 세계를 사랑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샤갈의 고향이나 그가 주로 작품을 창작하던 장소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이국 땅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갈의 상상력을 함께하며 느끼려고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이 많았고, 관객들은 하나같이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창의력과 신비감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인간 사랑 낭만 환상이 바탕 된 기억의 조각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작가의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적 차이,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적 차이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많은 감동을 안고 서울시립미술관 문을 나오면서 샤갈의 작품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상상력의 감동을 많은 시민들이 함께 누렸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세권 대진대 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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