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일상 노래, 환상적 서사 빚어내… 당선작 두 편으로
어른이 쓰고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는 시를 동시라고 할 때, 그 필요충분조건을 성취하기란 녹록지 않다. 신춘문예 응모작들 가운데 유독 동시 부문의 주제 및 소재가 봄나들이와 나무에 대한 비유 또는 외할머니 이야기, 잠자리ㆍ병아리ㆍ개울ㆍ요술쟁이 등으로 영구불변인 까닭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김규학씨의 '분갈이'와 '노숙자'는 예민하고도 따스한 시선이 돋보였으나 문학적 감흥과 사유를 지나치게 생략함으로써 동심에 가닿기 힘든 시가 되고 말았다. 임하기씨의 '너무 짧은 소풍'과 '봄' 또한 당선작을 결정하고 나서도 눈이 갔던 빼어난 소품들이었으나, 뛰어난 감성이 포착한 풍경화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는 힘이 아쉬웠다.
당선작 '사과의 길'(김철순)은 다른 응모작들에서 보기 힘든 긴 호흡으로 아기자기한 이미지의 환상적인 서사를 빚어내고 있다. 엄마가 사과를 깎는 동안 아이는 사과 껍질이 내는 '사과의 길'로 들어서고, 꽃 피고 열매 맺어 바람과 햇볕 속에 커가는 생명의 한살이로서의 '사과의 길'을 나란히 걷는다. 마침내 사과 껍질이 끊어지는 시점에 이르러 입안 그득히 달콤한 사과를 맛봄으로써 '사과의 길'이 미각-미감으로 완성되는 결말을 구현해 보인다.(소박한 일상의 노래가 우주 자연을 사유하고 성찰케 할 때 '시'가 된다!) 함께 응모한 '냄비'를 특별히 '당선작 두 편'의 형식으로 소개하는 바, 각각의 작품으로 가늠되는 재능과 역량이 틀림없이 우리 동시 세계를 널리 드넓히리라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용택(시인) 이상희(시인ㆍ그림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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