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없이 이야기 펼쳐나가는 작가의 솜씨 믿기로
소설은 특별한 체험만을 바탕으로 해서도 안되고, 또 판타지란 이름으로 허구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여 현실의 설득력을 잃어서도 안된다. 예심을 통해 올라온 10개 작품 가운데 일차적으로 가려낸 작품은 '고양이 무덤을 지키는 시간'(이대연), '검은 집'(김경세), '샤갈 베이커리'(김수진), 'Y를 위하여'(박경아), '낚시'(라유경) 등 다섯 작품이었다.
'고양이 무덤을 지키는 시간'은 관념적 서사와 판타지가 한 작품 안에서 균등하게 호흡하는 작품으로 시선을 끌기는 했지만 작품 속 알의 정체가 난태성 고양이의 모체라는 점에서 굳이 이런 설정이 필요한가 하는 점, 그리고 '검은 집'은 이장 묘지의 현장에서 화장을 해주며 살아가는 한 가족의 모습을 아주 치밀한 묘사로 그려내긴 했지만 작품의 무대와 상황 설정이 지금보다는 20~30년 전의 모습과 더 가까워 현실의 이야기를 옛그림에 맞춘 것 같다는 점에서 일찍이 제외되었다.
'샤갈 베이커리'는 이 광활한 우주에 단 하나뿐인 빵을 만들겠다는 오빠와 여동생의 지난 시절과 현재의 이야기다. 앞부분 이야기의 흡입력이 뛰어나나 가족사와 지난 시절의 곤고한 삶이 넋두리처럼 흐르며 평형감을 잃었다.
'Y를 위하여'는 열여섯 살짜리 소녀의 원조교제와 같은 성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청소년의 성과 소통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작품 자체엔 큰 흠이 없다 해도 이제 이런 류의 이야기가 너무 범람하듯 익숙해 전혀 새롭지 않다.
그렇다고 당선작으로 뽑은 '낚시'가 앞서 지적한 작품들의 흠을 모두 덮을 만큼 빼어난 것은 아니다. 주인공은 혼자만의 방에서 타이핑 아르바이트를 하고, 기껏 외출하는 것이 실내낚시터 정도인 폐쇄생활자로 자칫 과장이 따를 부분에도 상황을 차분하게 응시하고 정연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다소 패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엄살없이 주제를 잘 살려낸 이 작가의 역량과 정연한 이야기 전개의 솜씨를 믿기로 했다. 부디 정진 바란다.
심사위원= 이제하(소설가)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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