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첫 날인 1월 1일이다. 새로운 365일을 여는 날이다. 기대와 설렘은 당연하다. 미지의 시간으로의 출발은 긴장되는 일. 하지만 걱정과 설렘의 교차는 우리를 달뜨게 한다. 묘한 일이다. 모두들 심호흡을 하고 눈을 크게 떠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신묘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낼까.'1월 1일은 그야말로'결심의 날'이다. 너나없이 12개월, 54주, 365일의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울 그 무엇으로 계획을 짠다. 금연, 금주, 절주, 운동, 체중 감량, 저축 등은 단골메뉴다. 외국어 공부, 자격증 따기 등 자기계발도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 새해 결심을 제대로 실천하는 이는 열 중 한 명 정도라는 보도가 있었다. 작심(作心) 하루, 작심 3일에 그친 숱한 결심들. 매번 마음은 단단히 먹지만 3, 4일 지나면 나태에 빠지고, 1주일 뒤에는 자신의 게으름을 정당화한다. 2, 3주 정도 지나면 출발선으로 삼았던 1월 1일의 의미를 부정한다. 새 결심은 '설날'부터 적용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우격다짐을 한다. 하지만 설날이 지나면 모두 잊는다. 잊으려고 애쓴다. 그래야 결심을 이행하지 못한 자책을 덜 수 있을 테니까. 새해 첫 날 결심이 무너지는 과정은 대강 이렇다.
■ 곧 무너지고 말 결심이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 결실을 맺지 못한 데 대한 면구스러움은 새로운 결심의 싹을 틔우고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진화하지 않은 결심을 반복하는 것은 공허하다. 3년 전에도, 지난해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1월 1일에 맞춰 '금연'만 외치는 식의 '결심 타령'은 자신과 가족, 주변인들 보기에 민망하다. 금연, 금주, 운동처럼 자기 중심적인 결심은 굳이 1월 1일에 기댈 이유가 없다. 365일 중 아무 때나 하면 된다. 새해 첫 날이면 그에 걸맞게 결심의 가치도 높여 봄이 합당하다.
■ 자산과 부의 편중이 심각하다. 가진 자가 더 배부르고, 없는 자는 가난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복지 문제가 내년 대선전의 최대 화두가 되리라고 한다. 하지만 복지 혜택이 빈곤층에 골고루 퍼지기까지는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 마냥 정치만 바라볼 순 없는 노릇이다. 이타적 삶을 추구하려는 모두의 헌신이 절실하다. 자신의 그릇을 덜 채워서라도 남의 빈 그릇에 온기가 돌도록 하려는 나눔, 기부, 봉사의 마음가짐을 새해 첫 날의 결심으로 삼으면 어떨까. 10% 덜 채우고, 10% 손해 보듯 살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
황상진 부국장대우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