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주원)는 30일 국세환급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로 7급 세무공무원 정모(36)씨를 구속 기소했다. 정씨가 빼돌린 국세로 함께 호화생활을 해온 중고자동차매매업자 조모(44)씨 등 4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4년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시내 3개 세무서에서 법인세 환급업무를 담당하면서 환급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결재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두 46차례에 걸쳐 국세 52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빼돌린 52억원 가운데 15억여원을 주식투자와 명품 구매 등에 썼으며, 나머지는 조씨와 함께 강남 일대 고급 유흥주점에서 탕진했다. 시가 5억여원 상당의 람보르기니 승용차와 벤틀리, BMW, 재규어 등 4대의 고급 외제차를 몰고, 170㎡ 넓이의 서울 용산구 고급아파트를 보증금 6억원에 빌려 생활했다. 히로뽕을 구입해 유흥업소 여직원과 투약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결과, 1995년 임용된 정씨는 원래 내성적이고 성실한 직원이었다. 그런데 2004년 주식투자로 본 손해가 늘어나고, 유흥비로 쓴 카드 값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환급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정씨는 위조서류로 일반 사업자에게 세금을 환급해 놓고 '잘못 환급됐으니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내 직접 자신이 현금으로 돌려받기도 하고, 이 돈을 애초에 양도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중간에 가로채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상사의 결재까지 위조했고, 환급적정성 점검도 하지 않아 동료나 윗선에선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5년여간 빼돌린 돈이 10억원.
2009년부터는 중고자동차매매업자 허모(50)씨, 지모(54)씨 등과 친해져 중국여행을 접대 받고, 이 여행 중 히로뽕에도 손을 댔다. 이렇게 알게 된 공범 4명과 함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 회사가 환급 받을 세금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에 이르렀다. 정씨와 공범들은 이렇게 1년여간 42억원 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의 범행은 그가 지난달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검거돼 구속되고, 해당 세무서가 뒤늦게 자체 점검을 시작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들통났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빼돌린 52억여원 중 27억4,000여만원을 환수했고, 나머지 금액도 추적해 추징 및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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