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가 30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재벌 회장으로는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세 번째 공개적 소환이다. 검찰은 지난 1일 첫 번째 소환에 앞서 공개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한화 쪽에서 거부하지 않아야 …"라는 단서를 단 바 있어 김회장이 공개소환에 적극 응하는 배경에 대해 "결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검찰에 불러 다니는 데 이골이 난 것"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개소환에 응할 지 여부를 묻는 그룹관계자에게 김회장이 스스로 "공개로 하지"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김회장은 "이건 좀 심한 것 아니에요"라며 검찰의 수사방식에 불만을 표시했던 두 번째 소환 때와 달리 '세 번째 소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자중하는 모습이었다. 또 셋째 아들 동선씨가 최근 주점에서 소란을 피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반가운 소식이죠"라고 말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한유통과 웰롭 등 위장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보강조사를 하는 한편 장남 동관(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씨의 한화S&C 지분취득 대금을 그룹 비자금으로 지원했다는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조만간 구속영장청구 여부 등 김회장의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차명주식과 채권 등의 형태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다음달 3일 출석하도록 통보하고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하고 있는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 상무에 대해서도 소환 일정을 조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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