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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도심 속 가볼만한 성곽 4곳/ 수원 화성 눈 쌓인 성곽길 '역사의 숨결'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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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도심 속 가볼만한 성곽 4곳/ 수원 화성 눈 쌓인 성곽길 '역사의 숨결' 곳곳에

입력
2010.12.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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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역사 속으로 저물고 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의 희망이 교차하는 연말연시에 눈 쌓인 성곽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조상들의 얼이 담긴 성곽과 수려한 풍광 앞에서 마음 깊은 곳의 헛헛함은 어느새 날아가 버린다. 경기도 도심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성곽 네 곳을 소개한다.

정조의 꿈, 수원 화성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성곽이다. 조선 제 22대 왕 정조가 아버지 사도제자의 능을 경기 양주에서 화성으로 옮긴 뒤 그 일대 주민들을 현 수원 팔달산 아래로 이주시키며 축성됐다. 군사적인 목적을 넘어 정조의 정치·행정적 의도까지 담겨 있던 화성에는 동서양 과학과 기술의 정수가 녹아 있어 근대 초기 성곽 건축의 백미로 꼽힌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겪으며 일부 파손됐지만 꾸준히 복원이 이뤄졌다.

눈 내린 화성은 고고한 건축미를 뽐낸다. 육중한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화성에 딸린 40개 이상의 시설물들과 마주친다. 문화재청은 이중 방화수류정과 서북공심돈을 최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약 6㎞에 이르는 성곽길 걷기는 웬만한 등반 못지 않게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역사의 분수령, 광주 남한산성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약 24㎞ 떨어진 광주시 중부면의 남한산성은 해발 약 460m의 고원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이곳은 한강과 함께 삼국의 패권을 결정짓는 거점이었고, 백제가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정한 이후 백제인들에게는 성스러운 대상으로 여겨졌다. 조선시대에도 외적으로부터 서울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 조선 16대 왕 인조 때 현재 형태의 축성공사가 시작됐다.

남한산성은 현대에 들어 수도권 관광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연간 2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역사의 숨결을 찾거나 휴식을 위해 몰려온다. 가볍고 호젓한 산행을 즐기며 겨울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권율 장군의 지혜, 오산 독산성

오산시 지곶동의 연장 1,100m인 독산성은 백제가 축성한 고성으로 전해진다. 백제와 통일신라, 고려를 거쳐 임진왜란 때까지 군사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중 권율 장군은 병사 2만여명을 이끌고 독산성에서 왜군 수만명을 물리치며 진로를 차단하기도 했다.

당시 독산성의 약점은 물 부족이었다.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끈 왜군도 물이 없을 것으로 보고 물 한 지게를 산 위로 올려 보내 조선군사들을 조롱했다. 하지만 권율은 백마를 산 위로 데려가 흰쌀을 말에 뿌리며 목욕시키는 시늉을 했다. 물이 풍부하다고 오판한 왜군은 퇴각했다. 현재 산성 안에는 이 전설을 딴 세마대(洗馬臺)라는 정자가 있다. 독산성을 따라 걷는 길은 평이하지만 주변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여 오산 일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임진왜란의 승전지, 고양 행주산성

고양시 덕양구의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행주대첩이 벌어진 곳이다. 당시 성내 부녀자들은 치마로 돌을 날라 석전(石戰)을 펼쳤고, 여기서 '행주치마'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행주산성에 들어서면 먼저 권율장군의 동상이 시야에 잡힌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멀지 않고 오르막길도 완만해 가족끼리 산책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정상에 서면 한강과 서울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져 새해 아침 일출 명소로 손색이 없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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