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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이지] <28> LG CEO에서 작가로 '인생 2막' 김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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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이지] <28> LG CEO에서 작가로 '인생 2막' 김영태

입력
2010.12.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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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인이나 환웅 하면 젊은 사람들은 대개 신화 속 인물로 알고 있죠. 하지만 고대사 자료를 살펴보면 환인과 환웅의 왕조가 약 10대나 이어졌어요. 그 뒤 단군조선도 왕위가 40여대까지 계속됐죠. 환인과 환웅, 단군은 각각 한 사람이 아니라 임금을 가리키는 호칭인 셈입니다.”

총 6권짜리 소설 (어문학사 발행)의 시작은 바로 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동북부와 한국 일본의 역사를 만들어온 동이족 이야기다. ‘환단’은 환인과 환웅, 단군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소설로 재창조한 이는 소설가도 역사학자도 아닌 전직 IT기업 사장이다. 김영태(76) 전 LG CNS 사장의 ‘골든에이지’는 이 소설과 함께 시작됐다.

착상부터 완간까지 15년여

소설을 착상한 건 LG CNS 사장 시절이던 1994년쯤이었다. 김해 김씨의 시조 김수로왕의 이야기를 써보자 했다가 구체적인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동이족 전체로 범위가 넓어졌다. 일어 영어 한문은 자신 있던 덕에 동북아 역사 관련 외국 자료도 틈틈이 모으고 읽으며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엮어갔다.

“LG CNS의 전신인 LG EDS가 LG그룹과 미국 EDS의 합작회사에요.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을 많이 만났죠. 역사에 관심 많다고 했더니 그들이 외국어로 된 역사책을 자주 선물해줬어요. 외국 역사 하면 우리와 무관한 것 같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연결되는 측면이 꽤 있어요.”

현역 시절 차곡차곡 자료는 모으고 스토리 구성은 했지만 막상 쓰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96년 사장 직함을 내려놓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집필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은퇴 직전 집사람이랑 일본 여행을 갔죠. 소설을 쓰려면 현장을 직접 가봐야 한다는 생각에서요. 맨 고분이랑 박물관만 쫓아다니고 지역 전설들 샅샅이 수집하고만 다녔더니 집사람이 이게 무슨 여행이냐고 하던데요.”

백두산에도 갔다. 직접 오르면서 들었던 느낌과 분위기를 소설에 담으려고 말이다. 실제로 4권에는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장수왕이 왕자였을 때 백두산을 오르는 장면이 10여 쪽에 걸쳐 나온다. 그렇게 발품까지 팔며 올해 마지막 6권째 책을 냈다. 15년 넘게 자료 분석하고 현장을 다니며 얻은 귀한 결실이다.

골든에이지 누구나 가능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중·고교 영어교사를 했고, LG그룹에서 수출과 구매, 관리, 기획조정 업무를 두루 거치고 사장에 올랐다. 경력 어디서도 역사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원래 학창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회사생활 하면서도 언젠가 꼭 글을 쓰겠다 생각했었죠. 역사 전문가도 아니니 소설이란 옷을 입혀서 나만이 쓸 수 있는 역사서를 쓰기로 한 거에요. 역사는 인간의 움직임에 대한 기록이에요. 그 안에서 사람을 배울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든 뭘 하든 사람과 일을 하잖아요.”

한 보직에 2년 정도 있으면 일에 익숙해져 조금씩 짬이 난다. 그럴 때 틈틈이 역사자료를 읽었다. 그러면서 역사와 비즈니스가 전혀 동떨어진 게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그 경험과 지식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사람들 각자가 쌓은 지식이나 경험은 하나같이 소중합니다. 그걸 다른 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나눠주기 시작하면 새로운 삶이 열리죠.”

그 새로운 삶을 김 전 사장은 ‘인생 3기’라고 표현했다. 서른까지의 1기는 공부를 하고 인성을 키우며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가는 시기, 예순까지의 2기는 부와 명성을 만들어가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다 60세 전후가 되면 그만해야겠다 싶죠. 매일 고민하고 아웅다웅하는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져요. 성공과 출세가 목표였던 삶의 가치관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에 작게나마 기여하며 만족감을 얻겠다는 쪽으로 바뀝니다. 그때 인생 3기가 시작되는 거죠. 거창한 준비까지 필요 없어요. 자기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회에 내놓겠다 생각하면 길이 보일 겁니다.”

진짜 내 인생은 지금

LG그룹 재직 시절 김 전 사장은 ‘허리 굽은 사장’으로 통했다. 30대부터 굽기 시작한 허리는45년 동안 그를 괴롭혔다. 병명은 강직성척추염. 2권이 나온 뒤인 2006년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오랜 고통에서 헤어났다.

“그 수술로 전 다시 태어났어요. 허리를 펴지 못했을 때보다 수술 후 키도 15cm나 늘었죠.”

다시 얻은 인생을 김 전 사장은 예전부터 구상한 역사소설들을 차례차례 완성하며 보낼 계획이다. 고대사를 썼으니 현대사와 미래사 소설도 내겠다는 다짐이다.

“인생 3기에 정이 많이 들었어요. 편하고 재미있어서요. 솔직히 2기는 제 인생이 아니었어요. 저 자신보다 조직이 먼저였죠. 그 생활 다시 하라면요? 어휴, 못하죠. 이미 새 인생 맛을 톡톡히 본 걸요.”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글 쓰기 습관 이렇게

자기 의견이나 경험을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 한번쯤 해본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일기나 편지도 맘 먹고 쓸 판인데, 소설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영태 전 LG CNS 사장은 "습관부터 들이라"고 조언한다. 교사 출신이기도 한 그가 글 쓰는 습관 쉽게 들이는 방법을 알려줬다.

■ 틀리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자

처음부터 명품 만드는 사람 없다. 우리말, 사실 어렵다. 맞춤법, 띄어쓰기, 표준말 다 따지면 여기저기 틀려있기 부지기수다. 요즘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교정을 도와주지만 그마저도 완벽하지 못하다. 생각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읽는 사람에게 잘못 전달될 수도 있다. 짧은 글이라도 쓰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달라 부탁해보자. 자신이 찾아내지 못한 오류가 다른 사람 눈에는 띌 수 있다.

■ 예쁘게 쓰려 하지 말자

멋있는 글을 쓰겠다고 미사여구 나열하다 보면 진도가 안 나간다. 느낀 대로, 생각한 대로 마음 편히 써 내려가다 보면 문장력도 점점 나아진다. 솔직한 글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다.

■ 간단한 메모부터 시작하자

단순한 주제를 하나 잡고 짧게는 30분, 길게는 두세 시간 들여 매일 또는 일주일에 2, 3일 날을 정해 써보자.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내가 미워하는 사람 같은 일상적인 주제도 좋다. 이렇게 쓴 메모가 모이면 어느새 글이 습관이 돼 있을 것이다.

■ 따로 배울 생각부터 하지 말자

글 쓰려면 별도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많이 쓰다 보면 글에 점점 익숙해진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교육은 암기 위주라 학생들이 글 쓰는 잠재력을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한다. 논술은 점수를 따기 위한 글이다. 발표력부터 기르는 게 중요하다. 발표력이 글로 이어진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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