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차갑다 눈도 펑펑 내린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다. 설설 끓는 구들장과 하얀 김을 피워 올리는 찐빵, 뜨끈뜨끈한 국밥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탕연에 그 모든 따뜻한 기운을 담고 있는 온천이다. 뜨거운 온기를 온천만큼 직접적으로 몸에 전해주는 것도 없을 곳이다.
우리 온천의 역사는 천년이 넘는다. 역사서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온천은 충남 아산의 온양온천으로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조선 때에는 온궁이 지어져 왕들의 탕치처로 이용됐던 곳이다. 60, 70년대에는 신혼여행의 메카로도 각광받았다. 인근의 도고온천도 온양과 비슷한 역사를 지니고, 경북 울진의 백암도 천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온천은 400개가 넘는다. 그 많은 온천들 중 어디로 갈까 고민인 분들을 위해 3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역사가 그 효능을 인정하고 있는 전통적인 온천들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고, 둘째는 온천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가 2008년부터 새로 지정하기 시작한 정부 보증 ‘보양온천’을 찾아가는 것이고, 셋째는 온 가족이 함께 물놀이도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형 온천에서 골라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온천이 갑자기 늘어난 데는 1981년 제정된 온천법 영향이 크다. 그전까지의 온천단지라고는 부산 동래구의 동래온천, 해운대구의 해운대온천, 경기 이천시의 이천온천, 강원 속초시의 척산온천, 양양군의 오색온천, 충북 충주시의 수안보온천, 충남 아산시의 온양, 도고온천, 예산군의 덕산온천, 경북 울진군의 백암, 덕구온천, 경남 창원시의 마금산온천, 창녕군의 부곡온천 뿐이었다.
25도 이상의 수온이면 허가가 가능한 온천법이 제정되고 나자 전국에선 온천 노다지를 꿈꾸는 이들이 땅에다 마구 구멍을 뚫어대기 시작했다. 전국 1,000여 곳에서 온천개발이 진행됐고 일부에선 포기도 했고, 또 운영되다 문을 닫은 온천들도 부지기수다.
조선의 왕들이 온천에서 병을 치료했듯, 온천은 예부터 치료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유럽 등 외국에서도 핫스프링이나 스파란 이름을 붙인 곳들에서 환자들이 병을 치료해왔다. 로마시대부터 전쟁 후 부상병들에게 쉬고 재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발된 곳들 또한 온천수가 나오는 곳들이었다. 독일이나 일본 등지에선 보양에 적합한 온천지를 보양온천지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온천욕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휴식 또는 치료가 가능한 공간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독일에는 온천병원이 260여 개, 일본에도 100여개 있다고 한다. 이를 본따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부터 보양온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보양온천은 강원 속초의 설악워터피아, 동해의 그랜드관광호텔, 충남 아산의 파라다이스 스파도고, 예산의 리솜스파캐슬, 경북 울진의 덕구온천 등이고 충북 충주시 앙성의 누리봄과 전남 화순 도곡온천단지도 보양온천으로 지정돼 보양온천 기준에 맞는 시설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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