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문다. 오늘 자정으로 2010년은 마침표를 찍고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진다. 365일, 52만5,600분, 3,153만6,000초가 2010년과 함께 사라진다. 나는 사랑할 시간도 남겨두지 않고 언제 그 많은 날들과 시간, 분, 초를 다 써버렸단 말인가! 한 해의 마지막 시간에서 허전해진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자꾸 되돌아봐진다. 호주머니를 뒤집어 뒤져봐도 지갑을 탈탈 털어보아도 남겨둔 '시간의 비상금'은 없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지구를 꽃으로 비유하자면 해바라기와 같다. 해를 바라보며 피는 해바라기처럼 지구는 오직 태양을 바라보며 공전한다.
우리는 그 공전의 주기를 1년으로 삼고 있다. 한 해가 365일인 것은 해가 춘분점의 위치에서 시작하여 다시 춘분점으로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정확하게는 365.2422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소수점 이하는 버리는 시간인가. 물론 아니다. 인간의 지혜는 한 해를 쓰고 남은 0.2422일을 귀중하게 모아 4년마다 한 번씩 366일을 만든다.
생각을 바꾸자. 0.2422일을 저금해 두었으니 오늘로 2010년이 끝난 것이 아니다. 그 나머지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5.8128 시간이나 된다. 2012년 2월 29일에 그 시간을 다 쓰기 전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오늘 '아듀'란 말은 하지 않고 싶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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