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것일 수도 있죠."대구 동구 신암동 새댁식육점 대표 이태원(46ㆍ사진 왼쪽)씨가 지난 한 해 동안 돼지고기와 맞바꿔 모은 헌혈증서를 30일 대구 동구자원봉사센터 권영보(오른쪽) 소장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1월 자신의 가게 앞에 '헌혈증을 가져오시면 고기를 드립니다'라는 글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런 뒤 헌혈증 1장을 모금함에 넣는 고객에게 돼지고기 600g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렇게 1년간 모은 증서가 376장이었다.
이씨가 헌혈증서를 모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지난 해 말 서랍을 정리하다 자신의 헌혈증서를 발견한 때부터라고 한다. 각 가정에 방치된 헌혈증을 활용할 방법을 생각하다 현수막을 걸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기 값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하면 발급하는 자원봉사마일리지 통장을 제시하면 10% 할인해 준다. 20년간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해온 탓에 굳이 통장을 보여주지 않아도 누가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노부모에게 끓여주기 위해 곰국거리를 사러 오는 사람에겐 더 깎아 준다. 이씨는 "피가 필요한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테니 이 장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헌혈증 모으기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자원봉사센터는 이씨가 전달한 헌혈증서를 백혈병이나 골수암환자 등 수혈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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